[홍재현 기자의 WBC 에세이] 걱정마요, 스마일 감독님…우린 ‘믿음야구’ 믿습니다

입력 2013-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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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우승을 노리는 야구국가대표팀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예선 장소인 대만으로 출국했다.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삼성)은 사람 좋기로 유명합니다. 류 감독을 쭉 지켜본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감독이 되기 전이나 후나 얼굴 한 번 찡그린 적 없는”, 그야말로 호인입니다. 이는 류 감독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사령탑의 고충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지만, 류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모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좌절하기보다는 웃으면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보면 돌파구가 생기고, 다시 박차고 일어설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류 감독의 얼굴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웃음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내 얼굴에서 웃음이 많이 사라졌죠? 맞아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12일 대표팀의 전지훈련지 대만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류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책임감과 중압감이 무겁게 담긴 한숨이었습니다.

류 감독은 1회 WBC에서 4강, 2회 WBC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달성한 대표팀을 이끌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이 많아졌습니다. ‘잘 될 거다!’ 몇 번이고 되뇌지만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다가, 어쩌다 술 한 잔을 기울이다가도 마음 한 구석에서 자꾸 비집고 올라오는 불안감에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습니다. 흔들리는 수장의 눈빛을 보고, 혹 대장을 믿고 따르는 부하들까지 불안해질까봐 더욱 고삐를 세게 조여봅니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일단 베스트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일 아니겠습니까. 긍정의 힘을 믿고! 유심히 지켜보고 빠르게 판단해서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겠습니다. 선수들이 잘해줄 겁니다.” ‘믿음의 야구’를 지향하는 류 감독다운 출사표도 내놓았습니다. 고민을 털어놓다가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자신과 같이 부담감을 안고 있을 코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스마일맨 정신’은 천성이었지만, 단단한 옆얼굴에서 자못 비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타이중(대만)|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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