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기업은행 우승 원동력은? 올 시즌 휴가 이틀 ‘땀이 만든 우승’

입력 2013-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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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29일 V리그 여자부 챔프전 4차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통합우승에 성공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기업은행이 29일 V리그 여자부 챔프전 4차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통합우승에 성공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 올 시즌 휴가 이틀 ‘땀이 만든 우승’
2. 남지연·윤혜숙 30대 베테랑 가세
3. 훈련장·숙소 無…절박함 속 투지

이정철 감독 “견뎌준 선수들 대견해”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만든 기업은행의 우승은 절심함과 여백(餘白), 조화가 만든 결정체였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2011∼2012시즌 V리그에 데뷔, 17번의 패배(13승)를 당하며 배운 교훈을 잊지 않았다. 갓 고교를 졸업한 3개 학교의 어린 선수 8명과 다른 팀에서 밀려나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로 만들어진 신생팀이 구색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막판까지 가능성을 보였지만 포스트시즌의 벽은 높았다. 딱 승점 1점 차였다.


데뷔 시즌의 좌절을 통해 배운 경험은 두 번째 시즌을 위한 좋은 보약이 됐다. 전력의 변화도 있었다. GS칼텍스와 2-2 트레이드를 통해 리베로 남지연이 가세했다. 현대건설에서 밀려나 제 발로 찾아온 레프트 윤혜숙은 굴러들어온 복덩이였다. 30대 베테랑의 가세로 역할분담이 완성됐다. 이효희와 함께 경험 많은 선참들이 수비를 책임졌다. 공격은 20대 박정아 김희진과 외국인 선수 알레시아가 전담했다. 시너지효과를 냈다.

이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땀과 열정도 큰 역을 했다. 이번 시즌 선수들에게 단 이틀 만의 휴가를 주면서 훈련에 매달렸다. 연습 시간도 많았다. “다른 어느 팀보다 훈련은 많다고 자부한다”던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은 팀을 맡은 2년간 단 하루도 편히 쉬어보지 못하며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지냈다. 그는 “그동안 감독의 힘든 잔소리를 견뎌준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맙다”며 우승의 공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들의 절실함도 중요한 요소였다. 변변한 전용훈련장도 없었다. 여자중학교 배구팀의 훈련장을 빌려다 썼다. 야간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모자란 시간 때문에 훈련 때는 더욱 집중이 필요했다. 웨이트트레이닝 장소도 없어 수원 장안구 구민센터 시설을 일반인과 함께 이용했다. 숙소도 없었다. 훈련장 인근 아파트를 빌려 단체로 생활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선수들의 목표를 확실히 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긍정적인 요소가 됐다. 이 감독은 이를 신혼살림에 비유했다. “다 갖추지는 않았지만 뭔가를 채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선수들도 그런 의지가 뭉쳐지면서 빡빡한 훈련은 힘들지 않았다. 패배보다 승리의 즐거움을 차츰 배워갔다.

올 시즌 처음부터 질주했다. 5라운드 때 위기가 있었다. 주장 이효희가 큰 역할을 했다. 이효희는 “요즘 우리 선수들이 느슨하다. 감독님이 직접 볼을 때려 달라”며 감독 방을 스스로 찾아왔다. 느슨해진 팀 분위기는 그때부터 달라졌다. 고비를 넘긴 기업은행은 긴장의 끈을 다시 조였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덕분에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열흘간의 휴식을 벌었다.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이 감독은 GS칼텍스를 처음부터 파트너로 점찍고 PO 때 선수들에게 “GS의 코트만 보라”고 했다. 경험이 필요했던 챔프전 1,2차전에서 기업은행은 1세트를 이기며 기선을 제압했다. GS는 노련했지만 기업은행의 패기가 압도했다. 더 여유가 있었다. 3차전에서 프로배구 역사에 남을 대역전패를 당하며 우승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잘 다스려 4차전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구단의 적절한 타이밍의 지원도 중요했다. 현장에 전권을 줬다. 지원도 없이 참견만 하는 몇몇 구단과는 달랐다. 허리가 아픈 알레시아를 위해 따로 물리치료사도 붙여줬다. 베테랑 이효희는 정규직원으로 채용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공부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용인에 새로운 숙소와 훈련장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적절한 때마다 나온 지원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줬다. 모자라서 더욱 채워보고 싶었기에 기업은행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배구의 신(神)은 우승으로 답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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