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의 Week&People]김남일 “주장 없어도 3-1로 이기네? 그만둬야 하나 싶었지”

입력 2013-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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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월드컵의 두 히어로 인천 김남일(오른쪽)과 송종국 해설위원이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를 화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인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002한일월드컵의 두 히어로 인천 김남일(오른쪽)과 송종국 해설위원이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를 화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인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김남일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김남일(36)은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그는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현재 2승1무(승점7)로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완연한 ‘회춘 모드’다. 강한 압박과 뛰어난 침투패스가 돋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두 히어로(송종국 해설위원과 김남일)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가감 없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남일이 송종국보다 나이는 두 살 많지만 학번은 한 학번 위다. 인터뷰는 한국-카타르의 월드컵 최종예선 다음날인 27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이뤄졌다.


요즘 애들 옛날 같지 않아 운동 욕심 대단해
팀 이끌려면 노장들이 제 역할 확실히 해야
한 경기 한 경기 마지막 경기라 여기며 뛰어

설기현 몸 관리 최고…난 하자는 대로 하지
이천수도 열심히 해…또 사고치면 나랑 은퇴

카타르전? A매치 때마다 멤버가 바뀌더라
대표팀 되기 쉽나? 네가 가서 좀 하지 그래



○태극마크의 자격을 묻다


송종국(이하 송) : 대표팀 경기는 보셨어요?


김남일(이하 김) : 카타르 침대축구 좀 보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안 하더라(웃음). 선수들 바뀌고 했는데 조금씩 안정도 찾고 구성도 마무리 돼 가는 거 같아. 아쉬운 건 골 만드는 장면에서 세밀함이 떨어지더라고. 어려운 경기에서 집중력 잃지 않고 해줘서 보기 좋았어.


: 베스트11이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죠. 자주 바뀌니까 힘도 안 받는 거 같고요. 선수들이 경기를 인식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요즘은 대표팀이 우스운 것 같아. K리그에서 뭔가 보여주면 대표가 되니까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 잘못된 부분 있어도 같은 멤버로 가야하는데 A매치 할 때마다 바뀌니까 선수들은 좀 한다 싶으면 대표팀에 승선하고. 예전에는 대표팀 가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잖아.


: 감독과 선수간 신뢰가 예전만 못 한 거 같기도 해요. 한 경기 못 뛰면 다음 경기 못 뛰고 새 선수가 오니까. 최종예선인데 아직 불안 불안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오래 모여서 훈련할 시간이 없으니까 더 힘들 수밖에. 베스트가 짜여지면 서로 약속된 플레이도 하고 가끔 만나도 스타일 알고 무의식중에도 맞춰갈 수 있을 텐데.


: 인천이 작년 초반 어려웠던 것도 같은 문제지. 시즌 시작하면서 9명이 바뀌었어. 계속 끌고 가니까 선수들이 서로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고 좋아지더라. 카타르전 때는 마지막에 골 넣으려고 골키퍼 (정)성룡이 빼고 다 올라가더라. 지금까지 그런 극적인 대표팀 경기는 없었던 거 같은데. (손)흥민이가 넣고(웃음).


: 흥민이가 뭔가 해낼 줄 알았어요. 전체적인 문제점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넘어 자만이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여유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 절실한 게 부족한 거 같아. 한국축구가 바뀌어야 되는 건 사실인데, 정신력 같은 부분은 예전 좋았던 걸 그대로 가져가야지. 너가 가서 좀 하지 그러냐.


: 전 아직 지도자 자격증도 없어요(웃음). 요즘 유소년축구 준비하랴 바쁘기도 하고요.


: 지도자 수업 들었는데 확실히 배우는 거랑 경험으로 알고 있는 건 차이가 있더라. 너는 부드럽게 얘기하고 분위기도 잘 맞추니까 잘 이끌 수 있을 거 같아(웃음).


○인천의 길을 묻다


: 인천은 올 시즌 선수도 많이 바뀌었고 (정)인환이 등 주축들 빠졌는데도 잘 나가네요.


: 준비를 많이 하는 거 같아. 영상 보고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해. 부진했던 작년 초반에는 초등학생이 공차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더라고. 근데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 생기니까 정말 무섭더라. 경기장 나갈 때 진다는 생각을 안 해. 흔들리지도 않고.


: 인천은 김남일-설기현(34) 팀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또 좋은 성적 얻고 있고요.


: ‘김남일 설기현 들어와서 말아먹을 거다’라는 얘기도 들었어(웃음). 걱정도 돼. 김봉길 감독님이 잘 컨트롤 하시는 거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큰 소리도 치고 싶고 티도 내고 싶으실 텐데. 근데 우리가 다 아니까 먼저 움직이지. 고참 컨트롤하기 쉽지 않잖아. 감독님이 분 삭이는 거 보면 대단해. 신기할 정도야. 지도자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많이 배우는 거 같다.


: K리그는 다른 나라와 다른 게 베테랑들이 감독-선수 중간 역할을 잘 해줘야만 하잖아요. 형이나 기현이 있어서 인천도 좋은 성적 내는 것 같고. 사실 다른 팀은 노장 내보내기 바빠서 중심 없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 노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신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내면서 팀을 이끌어야겠지. 자기 역할도 못하면서 팀 이끄는 건 힘들어. 나는 기현이 한테 너무 고마워. 기현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했어. 너도 기현이랑 울산에서 같이 있어봤잖아. 그랬더니 몸이 느끼는 거야. 기현이가 몸 관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하는 거 같아.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거 같아. 요즘은 인생도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해.


: 저도 잘 하는 편이었는데 기현이도 정말 잘 하니까 같이 조합돼서 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괜찮더라고요.


: 요즘 애들은 옛날 같지 않아서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더라고. 애들이 다 따라해. 스스로 찾아서 운동하고. 올해가 더 그런 거 같고. 다른 팀도 노장들이 중간 역할 해준다면 더 좋을 거 같아.


: 성남전 못 뛰었는데 대승(3-1) 했잖아요. 어땠어요?


: 게임 보러 갔었지. 그만 둬야 하나 싶었어(웃음). 선수들이 우려했던 것 보다 잘 했고 인천의 가야할 길을 본 것 같아.


: 목표는 뭐예요? 팀이나 개인적으로요.


: 개인적으로는 작년도 그랬지만, 부상 없이 많은 경기 나가고 싶어. 1∼2년 더 할 수 있을까. 한 경기 한 경기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고 있어. 팀은 그룹 A(1∼7위)이지.


: 충분할 거 같은데요?


: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잖아. 선수들이 흐트러지면 작년 초반처럼 돌아갈 수 있고. 선수들에게 항상 마음가짐을 강조하지. 나나 기현이가 걱정하는 게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는 걸 경계해.


○이천수를 묻다


: (이)천수가 왔어요. 팀에 도움이 되겠죠?


: 아직은 지켜봐야 돼. 이제 기껏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 본인은 많이 노력하는 거 같아. 훈련 때 양보하는 거 같고.


: 천수는 잘 이끌어줘야 될 거 같아요. 지금은 자세가 돼 있는 거 같은데 기존에 해왔던 게 있어서 항상 돌발이 걱정이죠. 형님이 잘 잡아줘야지(웃음).


: 본인이 그런 일 있다면 그건 끝난 거야. 나랑 같이 은퇴해야 돼. 천수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걸 깨닫고 있는 거 같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많은 사람들이 천수에게 기대하는데. 반면 피해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 천수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다만 인천의 장점이 옆 사람이 부족하고 모자라면 옆에서 동료들이 잘 채워준다는 거야. 그렇게 하다보면 본인이 느껴. 그건 분명해.


: 천수 적응만 잘 하면 인천은 공격력 어느 팀 못지않을 거 같은데요.


: 나도 기대가 많아. 분명 팀에 도움 될 거야.

정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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