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막판 퇴장당한 골키퍼를 대신해 장갑을 낀 서울의 미드필더 최현태(맨 오른쪽)가 센다이와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동료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골키퍼 유상훈 후반 치명적인 실수로 퇴장
교체카드 다써…MF 최현태 7분 골문 지켜
센다이에 2-1 진땀승…2승1무 조1위 질주
경기종료까지 7분. FC서울 최현태(26)에게는 70분처럼 느껴진 7분이었다. 서울 미드필더 최현태가 골키퍼로 변신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3차전에서 베갈타 센다이(일본)를 2-1로 눌렀다.
서울은 전반 4분과 21분, 에스쿠데로와 김진규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서갔다. 전광판 시계가 후반 38분이 될 때까지 이 스코어가 유지됐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순간 악재가 터졌다. 센다이의 일대일 찬스 때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했고, 주심은 즉각 레드카드를 꺼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붙박이 골키퍼 김용대가 최근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르자 이날 과감하게 K리그 출전경험이 1경기에 불과한 유상훈에게 골문을 맡겼다. 다행히 유상훈은 큰 실수가 없었는데, 경기 막판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했다. 서울은 이미 3명의 교체카드를 다 쓴 상황이었다. 1골을 내주더라도 골키퍼는 퇴장당할 반칙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서울 벤치가 분주해졌다. 필드 플레이어 중 1명이 골키퍼로 나서야 했다. 부랴부랴 최현태가 골키퍼 유니폼을 걸쳤다. 페널티킥부터 막는 게 급선무. 센다이 키커 윌손의 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현태가 발을 뻗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센다이의 총공세가 시작됐다. 서울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센다이의 크로스를 최현태가 펄쩍 뛰어 잡아내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평소 같으면 위협적이지 않은 장면인데도 서울 홈 팬들은 계속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드디어 종료휘슬. 최용수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승점 3이었다.
2월26일 장쑤 세인티(중국)와 챔스리그 1차전(5-1 승) 후 5경기 째(챔스리그1, 리그4) 승리가 없었던 서울은 센다이를 꺾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은 2승1무로 조 단독선두를 지켰고, 16강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었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