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구(강길구·31)는 작곡가 이현승을 만나면 인사처럼 이 말을 들었다. 선뜻 공감은 안됐다. “나와 비슷하게 생기긴 힘든데. 더군다나 키가 나보다 더 작다고?” 길구는 162cm다.
봉구(이봉구·28) 역시 이현승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자주 들었다.
“루벤 스터다드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데, 너랑 키도 비슷하고 둘이 음색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봉구도 의아하기만 했다. ‘한국인이 어떻게 루벤 스터다드를 닮을 수 있나. 키도 나랑 비슷해?’ 봉구의 키는 160cm. 루벤 스터다드는 독특한 외모에 몸집 좋은 미국 흑인 가수다.
“둘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꼭 만나야 한다”는 이현승의 말이 반복되면서 길구와 봉구는 각자가 서로 궁금했다. 꼭 한 번 만나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생겨났다.
봉구는 2006년 여름 어느 날, 서울 삼성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루벤 스터다드를 보았다. 순간 작곡가 이현승이 말했던 자신의 닮은꼴 남자가 떠올랐다. 용기가 났다.
“혹시 길구씨?”
길구 역시 이 사람이 봉구라는 걸 직감했다.
“혹시 봉구씨?”
헤어진 형제를 다시 만난 듯 반갑게 상봉한 길구와 봉구는 그 자리에서 이현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이 말했던 분, 우연히 만났어. 정말 신기해. 지금 같이 있어.”
162cm, 93kg의 길구와 160cm, 61kg의 봉구. 두 사람은 이튿날 이현승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날 바로 팀이 됐다. 최근 첫 싱글 ‘미칠 것 같아’로 데뷔한 남성듀오 길구봉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엔 멋있는 팀 이름을 생각했다. 그러다 이름을 활용해 ‘쌍구’ ‘구구브라더스’ ‘길구&봉구’ 등을 떠올렸다. 결국 자신들의 본명으로 팀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렇게 운명적으로 우리가 만났을까.”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지만, 데뷔까지는 7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실력도 좋고, 음악을 만드는 능력도 가졌지만, 이른바 ‘소속사 운’이 없었다. 오디션 통과는 어렵지 않았지만, 데뷔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길구봉구가 둥지를 튼 소속사가 내부사정으로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됐다.
이들은 이리저리 소속사를 옮겨 다녀야 했고, 그 사이 두 사람은 군복무를 마쳤다.
현 소속사 WS엔터테인먼트는 네 번째 둥지를 튼 회사다. 데뷔도 못했는데, 팀이 7년이나 유지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길구와 봉구는 “목전에서 데뷔가 번번이 무산될 때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서 우리는 서로 더 기대고 의지하면서 더 돈독해졌다”고 했다.
길구와 봉구는 상반된 음색으로 화음을 만들어낸다. 길구가 거칠면서도 애절한 음색이라면, 봉구는 여자 목소리로 오해받을 정도로 섬세하고 미성이다. 데뷔곡 ‘미칠 것 같아’는 록을 기반으로는 하는 팝 발라드로, 이현승이 속한 작곡팀 레드로켓의 작품이다.
“드디어 나왔다”며 데뷔의 감격을 몇 번이고 말하던 길구봉구는 “이제 자주자주 음반을 내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노래들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느낌의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 힐링을 주고, 위로가 되는 노래뿐만 아니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노래를 찾어 버라이어티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WS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