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와잇 하워드-디앤토니 감독-파우 가솔(왼쪽부터)
“훌륭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코비는 지금 한 명의 팬일 뿐이다(It’s great to have that commentary. But he’s a fan right now)."
LA 레이커스의 마이크 디앤토니 감독은 지난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일명 ‘코비의 작전지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아웃된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5·LA레이커스)는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갑갑함을 참지 못해 트위터로 “파커를 투우사처럼 딱 붙어서 막으란 말이야”, “가솔과 하워드에게 공을 주라고”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이 같은 코비의 트위터 내용은 실시간으로 TV중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디앤토니 감독의 이 말에 브라이언트는 “내가 한 명의 팬이라고? 신경질적이군”이라며 발끈했다. 비록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라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디앤토니 감독과 브라이언트의 관계는 올시즌 내내 결코 원만하지 않았다.
게다가 디앤토니 감독과 갈등 관계인 것은 브라이언트 뿐만이 아니다. 파우 가솔(33)은 올시즌 중반 디앤토니 감독이 자신을 드와잇 하워드(28)의 백업 센터로 쓰기 시작하자 “나는 벤치에서 나오려고 2100만 달러를 받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그의 지시에 따르겠지만, 다음 시즌에도 그런 역할을 주문받을 경우 트레이드를 요청하겠다”라고 그답지 않게 강경한 발언을 한 바 있다.
LA 레이커스의 '심장' 코비 브라이언트의 생각은?
하워드 역시 “디앤토니 감독은 나를 제대로 활용할줄 모른다. 인사이드에 더 볼을 투입해야한다”라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심지어 디앤토니의 ‘애제자’ 스티브 내쉬(38)조차 시즌 도중 “(디앤토니의) 7인 로테이션 때문에 졌다”라고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팀의 근간을 이루는 선수들이 모두 감독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브라운 감독 대신 디앤토니 감독을 영입할 때 내세웠던 이유 중 하나가 “노련한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잘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음을 감안하면, 계속 불거지는 고참 선수들의 불만은 감독 선임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시즌 초 1승 4패의 성적을 기록해 LA 레이커스 감독직에서 잘린 마이크 브라운 전 감독이 전 소속팀이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감독으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LA 레이커스는 감독 계약 기간 도중 경질한 브라운 전 감독에 대해 남은 연봉을 모두 지불해야했지만, 그가 타 팀에 자리잡으면서 그 부담이 줄어들었다.
디앤토니 감독이 가장 지적받는 부분은 무리한 빠른 농구와 극단적인 7-8인 로테이션이다. 이 같은 속공 농구가 디앤토니의 스타일이긴 하나, 30대 중후반의 노장들이 즐비하고 지공농구에 익숙해진 LA 레이커스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훕스월드의 칼럼니스트 알렉스 케네디는 25일(한국 시간) 올린 칼럼에서 마이크 브라운 감독의 클리블랜드 행으로 인한 일종의 나비효과로 디앤토니 감독의 경질을 거론했다. 또한 LA 레이커스의 ‘심장’ 브라이언트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과 디앤토니 감독의 갈등은 레이커스 팬덤의 마음도 디앤토니 감독으로부터 돌아서게 했다. 훕스월드에서 케네디의 칼럼 아래 개설한 투표창에서 디앤토니의 해고에 찬성하는 사람은 87%에 달한다.
LA 레이커스의 미치 컵책 단장은 "다음 시즌에도 디앤토니 감독과 함께 할 것"이라며 신뢰를 드러냈지만,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이처럼 베테랑 선수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성적조차 내지 못하는 감독은 양해받지 못한다. 더구나 디앤토니 감독은 현재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고 있는 만큼, 단장으로선 감독에 대한 굳은 신뢰를 겉으로나마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
만일 LA 레이커스가 이대로 샌안토니오에 패해 1라운드에서 탈락할 경우, 하워드의 재계약-브라이언트의 재활 후 컴백 시기와 더불어 LA 레이커스의 시즌 후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출처|LA 레이커스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