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투수들과 소통하는 안방마님…허도환 만한 포수 또 없을 걸

입력 2013-05-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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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허도환. 스포츠동아DB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팀을 리드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유망주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수에게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 한 여름에도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온갖 보호장비를 몸에 착용한 채 2∼3시간을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어디 이뿐인가. 투수가 던진 바운드 볼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내야 땅볼 때는 1루 쪽으로 뛰어가 베이스 커버도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기 내에서만 드러나는 장면이다. 훈련기간에도 포수들의 고생은 이어진다. 경쟁에서 승리해 주전을 꿰차기 위해 자신의 타격과 수비훈련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판에 포수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줘야 한다. 그것도 매일.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훈련기간 중 투수들의 공을 받는 일은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수의 최우선 조건으로 ‘투수 리드’를 꼽지만, 정작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말은 달랐다. 투수들에게 가장 좋은 포수는 ‘소통이 잘 되는 친구’다.

정상급 포수 중 한명인 두산 양의지는 “타격훈련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투수들의 볼은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의 볼이 좋더라.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지목한 군 제대 투수인 오현택과 유희관은 현재 두산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 됐다. 훈련기간 소통을 통해 쌓은 투수∼포수 간의 신뢰가 시즌까지 이어진 경우다.

커리어로만 놓고 보면 넥센 포수 허도환은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그는 고교∼대학 시절 주목받는 포수였지만, 전통적으로 포수가 강한 두산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됐다. 그는 2010년 11월 ‘신고선수’ 신분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전 넥센은 ‘포수가 약하다’는 평가를 주로 들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신예 박동원을 주전으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허도환은 지난 시즌 넥센의 주전 포수였던 만큼 실망이 컸을 법도 했다. 그러나 허도환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투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넥센 투수 김영민은 “투수 리드, 블로킹 능력 이전에 (투수와 포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일류급 포수라고 해도 투수가 불편함을 느끼면 소용이 없다”고 운을 뗀 뒤 “(허)도환이 형은 주축 투수들의 공을 최대한 많이 받아주려고 했다. 훈련기간 대부분의 포수들은 내 공을 받길 꺼린다. 땅볼이나 제구가 잘되지 않는 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환이 형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100개든, 200개든 받아줬다. 내 볼을 많이 받아주니 이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고 신뢰가 생겼다. 누가 뭐래도 내겐 도환이 형이 최고의 포수다. 우리 팀 투수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허도환은 무시 못 할 방망이 실력(27일 현재 타율 0.290)까지 뽐내며 투수들의 득점지원까지 돕고 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포수 허도환이지만, 넥센 투수들에게는 두터운 신뢰를 받는 ‘특별한 포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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