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해프닝이 감정싸움으로…파문만 더 키우는 SNS 글

입력 2013-05-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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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프로야구 LG트윈스 선수가 생방송 인터뷰 도중 했던 세리머니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팬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주는 행동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지나쳤고 시청자와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를 고려하지 않은 버릇없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날 벌어진 일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사 PD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선수의 인성교육을 거론했고, 스포츠프로그램의 패널 기자가 방송에서 야구인들을 비난하면서 전혀 다른 문제가 됐다. 야구인들은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발끈했다. 선수출신의 어느 해설자는 문제를 만든 선수에게 “함께 인성공부를 하자”며 비꼬았다.

인성이라는 단어가 5월 말 야구계의 화두가 돼버렸다. 흥분이 지나치면서 해프닝은 본질을 벗어났다. 그 방송사의 한 간부는 SNS에서 특정구단과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했고, 선수들도 그 방송사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맞대응했다. 결국 서로 상처받고 끝나겠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건 우리 사회가 정말 뜨거운 양철지붕 같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앞섰다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선수가 조금 흥분했고, 그것을 당사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쉽게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점잖게 끝낼 일을 죽기 살기로 전쟁까지 했다. 감정의 낭비다. 내 행동이 가져다 줄 파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우선 흥분해서 자신의 화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글과 말로 상대를 공격하면서 해프닝은 파문으로 확대됐다. 이제 주워 담을 수 없는 모양새다.

이렇게 일이 커진 것은 남에게 알려줄 말과 혼자 삭여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해서다. SNS는 분명 사적인 공간이지만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광장과 같은 성질을 지닌다.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떠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명인 혹은 공인이 되면 다르다. 자신이 쓴 글이나 했던 말이 주는 무게가 달라진다. 그리고 SNS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순식간에 파급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래서 SNS가 무섭다.

생각해보면 스포츠스타 가운데 SNS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 축구대표팀의 어느 선수는 경기 때 부진했던 것을 비난하자 친구끼리 주고받을 말투로 댓글을 달아 화를 자초했다. 프로야구 LG의 어느 선수는 미니홈페이지에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홍역을 치렀다. 선수의 아내가 쓴 글 때문에 문제가 된 팀도 있다. 지난해 고교 선후배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감정싸움을 벌여 갑론을박하던 차에 다른 선수가 상대를 자극하는 글을 올려 2군으로 떨어진 사례도 있다. 해야 할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구분하지 못해 사건은 벌어진다. 앞으로 초등학생들이 가나다라를 읽고 쓰기 전에 왜 말을 하고 글을 읽으며 그 행동이 가져다줄 영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배우면 좋겠다. ‘칼에 베인 상처는 치유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말과 글은 한 번 뱉고 쓰면 결코 주워 담지 못하는 무서운 칼날이라는 것을 왜 나중에야 알게 될까.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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