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스타 강추! 자전거라이딩 명소] 라이더 붙잡는 자연의 테마…아라뱃길에 취하다

입력 2013-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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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자전길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광. 뱃길을 따라 직선으로 시원스레 뻗은 자전길의 전경, 국내 최대의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 아라 자전거길 한강갑문 옆 판개목 쉼터의 빨간색 종주인증 부스, 김포갑문에서 21.6km를 달려와 자전거 길 끝에서 서해 갑문을 바라보는 라이더들(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김재학기자

■ 최순영이 추천하는 ‘아라자전거길’

뱃길은 비어있고 물색은 탁해도
자전거객에겐 최상의 라이딩코스

한강갑문∼서해갑문 편도 21.6km
인공폭포 등 테마공원 수향 8경 압권
원형통전망대,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초등학교 3학년 때 입문해 20년 넘게 자전거를 타온 프로 라이더인 제가 최근에 아라 자전거길에서 낙차를 했어요. 술에 취한 듯 보이는 라이더가 비틀거리다 제 길을 막는 바람에 자전거끼리 엉켜버렸죠. 얼마나 많은 동호인들이 이 곳을 찾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길이 좋고 풍경이 좋아 주말엔 곳곳에서 자전거 ‘정체’가 일어날 정도예요. 저는 여기 자전거길이 좋아서 인천에서 부산까지 5박6일간 자전거 국토종주도 했었습니다.”(경륜선수 최순영)


○뒤숭숭한 아라뱃길을 달리다

기자가 경륜선수 최순영(31·인천팀)의 추천으로 찾았을 당시 아라뱃길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5일 개통 1주년을 맞은 아라뱃길의 현실을 여러 매체가 재조명했다. 물류나 관광 효과는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오히려 세금 낭비와 환경 오염 등의 문제만 생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직접 아라뱃길을 자전거로 돌아본 결과 이런 비판이 수긍이 됐다. 물색은 탁했고 화물선이나 유람선의 운항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텅 비어있는 것은 뱃길뿐이었다. 아라뱃길 좌우로 조성된 자전거 길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라이더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아라뱃길의 모토 ‘녹색 미래를 향한 위대한 항해’는 적어도 자전거 길에서는 과장이 아니었다. 자전거 도로는 초보 라이더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탄했고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졌다.

# 아라자전거길 가는 길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방화대교에서 약 4km를 달리면 아라뱃길의 시작인 판개목 쉼터를 만날 수 있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 김포나 인천의 여객터미널에 주차 후 라이딩을 시작할 수도 있다.

# TIP

아라 자전거길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1시간 기준 3000원, 2인용은 6000원이다. 자전거 대신 유람선으로 수향8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현대유람선(www.scruise.com과 이랜드크루즈(www.elandcruise.com)가 하루 4차례 운항한다. 하지만 승객이 적으면 결항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며 비용은 성인 1만 6000원, 어린이는 8000원이다.



○라이더들의 천국

아라 자전거길은 서울 강서구 개화동 한강 갑문에서 인천 서구 오류동 서해갑문까지 이어진 21.6km(편도) 코스다. 출발 지점인 한강갑문 옆 ‘판개목 쉼터’는 한강 자전거 도로와 연결돼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라 자전거길을 타고 서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상쾌했다. 촉촉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재미도 좋았지만 자전거 길을 따라 펼쳐지는 테마공원 ‘수향(水鄕) 8경’이 압권이었다. 한국적 멋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수향원, 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생태공원, 국내 최대의 인공폭포인 아라폭포, 청아한 종소리를 들려주는 바람의 언덕…. 다양한 주제의 공원들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졌다.

원통형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싣고 오르내릴 때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짜릿했다. 꼭대기에선 인천 앞바다까지 탁 트인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하늘에 UFO가 떠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아라마루’는 바닥이 유리로 돼 있어 허공을 걷는 듯 아찔했다.


○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하나 되듯…

아라 뱃길은 한강과 서해의 물길을 이은 우리 민족 최초의 내륙운하다. 이 대역사는 800년 전에 처음 시도됐다고 한다. 고려 고종때 세곡선의 안정적인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연결하려했지만 암석층을 뚫지 못해 실패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운하 건설 시도가 있었는데 번번이 기술부족 등의 이유로 좌절됐다.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전환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완공된 아라 뱃길이 ‘한민족 천년의 꿈길’로 불린 이유이다.

이 길은 상생과 소통을 생각하게 한다. 강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고 바다는 흘러온 강을 포용한다. 본래 성질이 다른 두 물길이 몸을 섞고 하나로 흐르는 거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몸살을 앓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돌아오는 길, 잠시 페달링을 멈추고 서해를 쳐다봤다. 석양이 갑문 위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한강∼영산강 국토종주 코스

자전거길 일주로 스템프 찍어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탄생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주변을 자전거길로 단장해 아름다운 강변풍경과 잘 조성된 도로로 동호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천의 아라뱃길 서해갑문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국토종주 코스(633km·43시간 소요)도 개통됐다. 국토종주나 4대강 자전거길 일주 때 인증수첩을 사서 구간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한 빨간색 인증센터 부스가 눈길을 끈다. 종주가 끝난 후 인증센터에 스탬프가 찍힌 수첩을 내면 기념스티커를 붙여주고 메달도 준다.


○한강 자전거길(팔당대교∼충주댐 136km·9시간)=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팔당호의 강변 정취뿐만 아니라 다산유적지와 여주 도자기박물관 등 문화의 향기도 만끽할 수 있다.


○금강 자전거길(금강하구둑∼대청댐 146km·9시간40분)=습지, 갈대밭, 철새 등 최적의 생태탐방 코스다. 또 정림사지와 부여박물관 등 백제의 화려했던 유적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다.


○낙동강 자전거길(낙동강하구둑∼안동댐 389km·25시간55분)=사라진 가야문화와 노무현 전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 가을에 억새의 은빛축제가 펼쳐지는 화왕산, 태고의 신비를 지닌 우포늪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영산강 자전거길(영산강하구둑∼담양댐 133km·8시간50분)=영산강을 유유히 오가는 황포돛배를 보며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또 느러지의 S자물돌이와 백련지 연꽃축제, 역사가 숨쉬는 구림마을을 즐길 수 있다.(자료 참고 ‘4대강 이용도우미’ http://www.riverguide.go.kr/index.do)

인천|글·사진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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