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켄바우어 “독일축구 부활은 유소년 정책의 결실”

입력 2013-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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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오른쪽)이 독일 축구 ‘레전드’ 베켄바우어(왼쪽)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 있다. 이날 베켄바우어는 유소년 정책의 성공을 독일 축구 부활의 원동력으로 설명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베켄바우어가 말한 유스 정책

1∼2부 리그 36개 유스 아카데미 운영
뮌헨 람·슈바인슈타이거 등 스타 배출
“韓, 학원축구 연계 시스템부터 바꿔야”


“독일축구 부활의 비결은 유소년 정책이다.”

독일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프란츠 베켄바우어(68)가 단언했다. 베켄바우어는 독일 정부로부터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게 된 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3일 방한했다. 베켄바우어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클럽으로는 처음으로 올 시즌 트레블(UEFA 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3관왕)을 달성했다. 또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나란히 챔스리그 결승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분데스리가의 힘이 조명을 받고 있다. 베켄바우어는 훈장 수여식에 앞서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필립 람, 슈바인슈타이거 등은 유소년 아카데미를 통해 키워냈다. 프랑스는 20여 년 전부터 유소년 축구를 통해 지단 등을 배출했다. 독일도 이를 보고 2000년대 들어 유소년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당연해 보이는 베켄바우어의 말은 K리그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 독일, 프랑스 유스의 힘

독일 유소년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넓은 저변이다. 독일축구협회는 1∼2부 리그 36개 전 구단에 유스 아카데미 운영을 강제했다. 이것이 자리를 잡아가며 하위 리그까지 유소년 육성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프로연맹 신명준 팀장은 “독일은 7부 리그까지 유소년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좋은 선수가 화수분처럼 나올 수밖에 없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독일대표팀 엔트리의 상당수가 자국리그 선수들이었다. 유소년 정책의 성공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베켄바우어가 롤 모델로 꼽은 프랑스도 비슷하다. 최근 프랑스로 축구연수를 다녀온 박건하 전 올림픽팀 코치는 “2부 리그 캉의 유소년 자원이 1부 리그 보르도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다. 프랑스 유소년 축구의 뿌리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 협회 차원의 움직임 필요

K리그도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유소년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는 U-10부터 U-18까지 단계적인 유스 시스템을 갖춰야만 프로 1부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K리그 유소년 정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축구협회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학원축구라는 고유문화가 있다. 최근 프로클럽이 잇달아 유소년 팀을 창단하고 지도자를 파견하며 중심축이 점차 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원축구를 외면할 수 없다. K리그 클럽이 운영중인 유소년 팀들도 모두 학원축구와 연계돼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을 바꾸려면 구단, 연맹의 힘으로 역부족이다. 협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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