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다저스 헤어스턴 주니어 “류현진 보내줘 고맙다”

입력 2013-06-06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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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헤어스턴 주니어(37·LA 다저스).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동아닷컴]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 야구선수들이 동경하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하지만 그 곳은 아무나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에 진출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수 있는 확률은 단 0.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는 선수도 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의 동료인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37)가 바로 그 주인공.

헤어스턴은 흑인으로는 최초로 3대째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의 아버지 제리 헤어스턴 시니어(61)와 할아버지 샘 헤어스턴(작고) 모두 메이저리거였다. 그의 동생 스콧 헤어스턴(33·시카고 컵스) 역시 현역 메이저리거이며 그의 삼촌인 조니 헤어스턴(69) 또한 과거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다.

헤어스턴은 고교시절 야구와 농구를 병행하며 두 종목 모두 주(州) 대표선수로 뽑힐 만큼 운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1995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2라운드에서 볼티모어에 지명됐으나 대학을 선택했고 대학에서 통산 타율 0.360을 기록한 뒤 199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보다 상위권인 11라운드에 볼티모어에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1997년 루키리그에서 타율 0.330을 기록한 그는 1998년 싱글 A에서 출발해 타율 0.302를 기록한 뒤 더블 A로 승격했다. 더블 A에서도 타율 0.326으로 맹활약하자 메이저리그 정원이 40명으로 늘어난 그 해 9월 빅리그에 콜업됐다.

헤어스턴은 프로진출 후 단 2년 만에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1999년과 2000년 두 시즌은 주로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2001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기 시작했다.

볼티모어에서 7시즌을 뛴 헤어스턴은 2005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된 후 텍사스-신시내티-뉴욕 양키스-샌디에이고-워싱턴-밀워키를 거쳐 지난 2011년 12월 LA 다저스와 2년 총액 68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가 다저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

헤어스턴의 빅리그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내외야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장점을 앞세워 평균 수명이 6년도 채 안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6년 째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09년 뉴욕 양키스 시절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부상에서 복귀한 헤어스턴은 지난 2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여전히 팀에 필요한 선수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 성적은 5일 현재 타율 0.258 1홈런 7타점.

특이한 점은 그의 아들 또한 현재 야구를 하고 있어 4대째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헤어스턴 주니어를 부상 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당시 라커룸을 방문했던 헤어스턴의 아들 잭슨 헤어스턴(7)도 인터뷰에 동참했다.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37·LA 다저스). 동아닷컴DB


다음은 헤어스턴 주니어와의 일문일답.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웃으며) 좋다. 아주 좋은 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빅리그에서 롱런 중이다. 비결이 있다면?

“남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한 꾸준한 성적을 내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내가 하는 일(야구)에 대한 이해와 긍지를 갖고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게 비결인 것 같다.”

-야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옆에 있는 아들을 가리키며) 저 나이 때 그러니까 5~6세 때부터 한 것 같다. 당시에 아버지가 메이저리거여서 나 또한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며 야구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신 아들 잭슨도 훗날 당신처럼 빅리거가 되길 바라나?

“물론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하.”

-(아들에게) 아버지 말씀 들었니? 너도 장차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겠니?

“(쑥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아버지이고 다른 한 명은 작고하신 할아버지이다. 당시에 아버지가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컵스를 가장 좋아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큰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것이고,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월드시리즈 우승도 도전해 보고 싶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누구든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꾼다. 나 또한 그렇다. 그래서 지난 2009년 뉴욕 양키스 시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야구선수라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하고 멋진 순간이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부상당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알다시피 메이저리그는 경쟁이 심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부상을 당하면 다시 빅리그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막상 부상에서 회복해도 예전의 기량을 다시 찾아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심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투수를 상대했다.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꼽자면?

“(웃으며) 너무 많다. 지금은 은퇴한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공략하기 힘들었고,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 또한 상대하기 힘든 투수다. 그 중 제일 까다로운 투수는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다. 그는 좋은 구종을 던질 뿐만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도 매우 영리하다. 할러데이 때문에 타율이 많이 깎였다. 그를 상대로 설욕하고 싶은데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뛸 시간이 많지 않다. 하하.”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왼쪽)와 그의 동생인 스콧 헤어스턴.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방금 시간을 언급했다. 올해 37세인데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워낙 야구를 좋아해 가능하면 오래 하고 싶다. 하지만 매년 시간이 갈수록 은퇴에 대한 단어를 떠올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은퇴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주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옆에 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아들 잭슨의 야구경기가 있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빠지지 않고 간다. 시즌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늘처럼 우리 집이 있는 애리조나에 원정을 오면 항상 잭슨을 경기장에 데려와 시합 전에 함께 캐치볼도 하고 야구와 관련된 대화도 나누면서 부족했던 부자지간의 정을 나눈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웃으며) 좋은 질문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기자 또는 방송 쪽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면 전공을 살려 야구 캐스터나 해설자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혹시,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미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징크스는 없다. 경기 전 음악을 듣거나 정해진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딱히 징크스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만 꼽자면?

“(주저 없이) 잭슨, 케어린, 제시카이다.”

-당신 아이들인가?

“(웃으며) 그렇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이름이다.”

-헤어스턴 당신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나에게 야구란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나와 내 동생은 물론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야구를 통해 기쁨과 환희는 물론 풍요로운 삶까지 누릴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야구가 이 세상 최고의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야구는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은 날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날이 있는 것처럼 야구 또한 항상 잘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을 통해 감사의 의미를 알게 되고 아울러 노력의 가치 또한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은 어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메이저리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확신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거가 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리고 남보다 뜨거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나는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한국 팬들에게 류현진을 다저스에 보내줘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류현진은 훌륭한 투수이기 이전에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이다. 아울러 그는 훌륭한 투수임은 물론 뛰어난 타자이다. (웃으며) 나 또한 타자로서 그에게 배우는 게 많다. 류현진처럼 훌륭한 투수가 우리 팀 동료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와 함께 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한국에서도 계속해서 우리 다저스를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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