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발전없는 최강희호, 문제는 팀 정신 실종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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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 전문가들이 본 레바논전 졸전 이유


1. 수비 압박·공격때 볼 주변 1∼2명 뿐
2. 약속된 플레이 실종, 번번이 찬스 무산
3. 우왕좌왕하다 골 허용 선수간 소통 안돼
4. 급조된 팀 상대 졸전, 정신력도 도마에

“팀으로서의 경기력이 전혀 안 보인다.”

축구대표팀 졸전의 원인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문구다. 한국은 5일(한국시간) 레바논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12분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줘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종료직전 김치우(FC서울)의 왼발 프리킥 동점골로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3승2무1패(승점11·골 득실 +6)로 이날 경기가 없었던 우즈베키스탄(3승2무1패·승점11·+2)을 제치고 일단 조 선두가 됐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직행 티켓을 따려면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3승1무2패·승점10)과 홈 2연전에서 1승1무 이상을 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패해도 최종전에서 이란을 이기면 2위는 확보한다.


● 개인만 있고 팀이 없다

레바논의 침대축구? 골대를 3차례나 맞춘 불운? 수비조직력 붕괴?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져 허술해진 중원?

모두 다 졸전의 한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좀 더 큰 틀에서 최강희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수비 때 볼 주위에서 1∼2명만 압박하고 공격 때도 볼 주변에 1∼2명만 있었다. 2,3차원적으로 동시에 움직여야 상대가 힘들어지고 기회도 만들어지는데 그런 모습이 실종됐다. 팀으로서 경기력이 전혀 안 보였다”고 쓴 소리를 했다. 1+1을 3이나 4로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1+1이 정작 2조차도 안 됐다는 뜻이다. 박태하 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도 “대표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개인 능력을 조직력으로 극대화할 때 강팀이 되는데 그런 면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 코치는 “상대 코너킥 때 수비수들이 볼도 안 보고 골문 쪽에 몰려 있었다. 코너킥이 짧은 패스로 연결되자 허둥대기 시작했고 볼을 체크하는 선수도 없었다. 골문 앞에 8명이나 서 있고도 무방비로 골을 내줬다”고 일침을 놨다.

선수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고 신뢰도 무너졌다.

눈빛만 봐도 안다고 한다. 척 하면 척, 마음으로 통할 때 작품이 나온다. 물론 대표팀은 1년 내내 호흡을 맞추는 클럽과 다르다. 하지만 대표팀은 소수정예다. 대다수 선수들이 소집 때마다 만난다. 짧은 훈련기간에도 이런 힘을 발휘해야 한다. 최강희호는 그러지 못했다.

박 코치는 “김치우와 신광훈은 공격가담이 활발한 스타일인데 레바논 전에서 선뜻 나가지 못했다. 내가 나갔을 때 누가 받쳐줘야 한다는 식의 약속이 없었다. 김보경과 김남일, 한국영의 중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타이밍에 나가고 커버해줘야 할지 모르는 듯 했다”고 말했다.

해이해진 정신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레바논은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경계 대상 1순위 로다 안타르가 대표팀을 은퇴했고, 주전 6명은 승부조작 징계로 빠졌다. 이 위원은 “선수들 사이에서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 코치도 “11명 중 1명이라도, 또 그게 아주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위험해 진다”고 했다. 선수들 마음속을 뒤집어 볼 수는 없지만 경기력으로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나태함이 엿보였다.



● 힐링이 필요한 시점

경기는 끝났다. 되돌릴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우즈베키스탄과 7차전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4골 앞서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누르면 본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는다. 힐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 코치는 “선수들이 마음을 털고 다시 해보자는 마음을 갖는 분위기가 빨리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도 “우즈베키스탄이나 이란 모두 우리가 제 기량만 발휘하면 못 이길 팀이 아니다. 레바논전에서의 문제점은 개선하되 지난 경기는 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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