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투수는 포수 하기 나름? 글쎄…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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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볼 배합이 투수의 위력을 키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투수 리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배터리의 호흡이 중요하다. 사진은 NC 배터리 김태군-에릭(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투수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수 리드 허와 실

포수가 투수 능력 끌어내는데는 한계
이효봉 “포수 개개인 신뢰가 큰 관건”

日 프로야구 명포수 출신 이토 코치
“기억력·직감, 볼배합 좋은 명포수 조건”

과연 포수의 투수 리드에 공식은 있는 것일까. 똑같은 투수라도 포수의 볼 배합에 따라서 그 위력을 키울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투수론의 권위자인 롯데 김시진 감독, KIA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에게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수가 투수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일치된 견해다.


● 과대평가된 투수 리드

좋은 투수 리드가 좋은 포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 리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투수 리드의 핵심이다. 무슨 뜻이냐면 똑같은 사인을 내더라도 그 포수가 누구냐에 따라 투수가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믿음의 크기에 따라 구위가 달라진다는 것이 투구의 오묘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투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효봉 위원은 “그래서 포수는 언제나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투수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시진 감독 역시 “투수 리드에 답이 있다면, 만날 벤치에서 사인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과론일 뿐이라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포수는 투수의 보조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포수들에게 ‘투수와 사인이 엇갈리면 투수가 던지고 싶은 대로 해주라’고 얘기한다”는 선동열 감독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은 “특정 타자가 몸쪽 직구에 약하다고 하자. 그러면 포수는 그렇게 리드하는 게 정답처럼 보인다. 그런데 투수가 제구력이 안 돼서 한가운데에 던져버리면 포수의 리드는 잘못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 이토의 포수론

그렇다면 좋은 투수 리드란 허상인 것일까. 일본프로야구의 명포수 출신인 이토 전 두산 수석코치(현 지바롯데 감독)는 “투수 리드에 정답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좋은 포수의 절대요건으로 “기억력”을 꼽았다. 기억력이 좋아야 특정 타자와의 승부를 복기해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력분석이 기억력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수의 머리는 중요하다. 결국 볼 배합은 포수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토가 필수적으로 추가한 덕목이 “직감”이다. “통계로는 A타자의 약점이 바깥쪽 슬라이더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이 타자가 그 공에 준비가 돼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때 다른 공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포수의 직감이다.”

결국 포수는 처음부터 만들어질 수 없다. 투수 리드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그러나 좋은 포수는 좋은 투구를 돕는 점 또한 분명하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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