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이슈&포커스] 최강희,아름답게 떠나는 법…본선행뿐!

입력 2013-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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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원정 졸전으로 축구계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6일 파주NFC에서 회복훈련을 지휘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레바논 원정 졸전으로 축구계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6일 파주NFC에서 회복훈련을 지휘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조 3위땐 11월까지 PO 준비 ‘가시밭길’
‘PO용 시한부 새 사령탑’ 선임 등도 문제
악순환 고리 푸는 방법은 자력 본선진출


“최 감독, 한국축구가 큰 위기네. 자네 정도 위치면 이제 한국축구 전체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

2011년 12월 말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일식집.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한 마디 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삼고초려에도 “절대 대표팀을 맡지 않겠다”던 최강희 전북 감독의 굳은 결심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협회가 최 감독의 의사를 확인하고 선임을 발표하기 하루 전 늦은 밤이었다. 감독 선임에 관여한 인사는 “최 감독이 수락 했다. 계약기간은 내후년 여름까지다”고 말했다. 그 때는 계약기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관례대로 최종예선 후 본선을 앞두고 한 차례 재신임을 묻는다는 뜻인 줄 알았다. 솔직히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마감시간이 임박해 빨리 기사부터 써야 했다.

이틀 뒤, 최 감독 취임 기자회견장에서 계약기간의 참뜻을 알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최종예선까지만 사령탑을 맡겠다”고 밝혀 회견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1년 반이 흘렀다. 최종예선이 막바지다. 한국은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과 홈 2연전을 갖는다. 한국이 본선에 오르면 최 감독은 약속대로 전북으로 돌아간다. 협회는 심사숙고해서 본선을 지휘할 사령탑을 뽑으면 된다.

그러나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이 조 3위로 떨어지면(한국은 최소 조 3위는 확보) 정말 애매해진다. 한국은 B조 3위와 9월에 홈 앤드 어웨이로 플레이오프(PO)를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다시 11월에 남미지역 5위와 홈 앤드 어웨이로 맞붙어 승리해야 본선에 갈 수 있다. 한국이 3위로 밀렸을 때 최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대표팀 사령탑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PO에서 탈락하면 2경기 혹은 4경기 만에 곧바로 짐을 싸야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려 있는 PO를 어정쩡한 감독대행이나 원 포인트 릴리프 체제로 치르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물론 전례는 있다. 최 감독이 그랬다. 그는 쿠웨이트와 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 최종예선 문턱조차 못 밟을 수 있는 벼랑 끝 상황에서 전격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고 첫 번째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자. 1년 반 전, 억지춘향 격으로 최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긴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협회의 무리수는 최 감독을 비롯한 한국축구 구성원 전체에 큰 상처를 입혔다. 절차를 무시한 채 조광래 전 감독을 경질한 것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싫다는 사람을 설득해 사령탑에 앉혀 놓은 뒤 ‘최종예선용 시한부 감독’이라는 전대미문의 계약까지 모든 게 비정상적이었다. 한국축구는 1년 반을 이렇게 흘러 왔다. 한국이 조 3위가 되면 감독을 뽑을 때 ‘대행’ ‘PO용 시한부’ ‘PO 승리 시 본선 보장’과 같은 이상한 조건들을 또 고려해야 한다.

결론은 하나다. 무조건 2위 안에 들어 본선진출을 확정해야 한다. 최 감독은 6일 파주 NFC에서 회복훈련을 마치 뒤 기자들을 향해 “저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최 감독이 당당하게 본선티켓을 따내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의 손으로 확실히 끊어줬으면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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