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의 ‘헤드샷’ 싸움의 룰 깨트리다

입력 2013-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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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MBC스포츠플러스 방송캡처

■ 애리조나-다저스 집단난투극의 재구성

벤치 클리어링은 대개 평화적으로 마무리
애리조나, 푸이그 이어 그레인키에 빈볼
루키·투수는 건들지 않는다 불문율 어겨
막싸움 변질…류현진 오늘 등판 부담감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 말 그대로 선수들이 덕아웃을 박차고 벤치를 비우는 상황을 일컫는다. 경기 중 어떤 충돌상황이 빚어졌을 때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다. 이때 불펜 투수까지 총출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벤치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벌금감이다. 벤치 클리어링 상황인데도, 그것을 감행하지 못하는 팀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치 클리어링은 ‘평화적’으로 끝난다. 벤치 클리어링 자체만으로도 상대팀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온 선수들은 ‘그만하자’며 서로를 진정시키거나, 심지어는 안부 등으로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12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터진 애리조나와 LA 다저스의 대치상황은 현지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넘어 ‘brawl’이라는 단어로 묘사됐다. 풀어쓰면 ‘막싸움’이다. 다저스 공식 홈페이지는 ‘Headhunting Night’라는 표현까지 썼다. 어쩌다 야구장에서 아이스하키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난투극이 벌어졌을까.


● 다저스는 왜 그토록 흥분했을까?

싸움에도 예의가 있는 법이다. 그 금도를 애리조나가 2차례나 어기면서 싸움이 커졌다. 이날 경기에서 사구는 5개가 나왔다. 첫 번째는 5회초 다저스 선발 잭 그레인키가 애리조나 선두타자 코디 로스를 맞힌 것이었다. 곧이어 제이슨 쿠벨의 선제 2점홈런이 터졌다. 정황 상, 고의성을 두기 어려웠다.

그런데 6회말 애리조나 선발 이언 케네디가 1사 후 다저스의 루키 4번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맞혔다. 문제는 시속 148km의 강속구가 얼굴로 향한 것이다. ‘살인투구’에 코를 맞은 푸이그는 쓰러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루키에게 빈볼을 던지지 않는다’는 메이저리그의 암묵적 룰을 애리조나가 깨자, 다저스는 어떻게든 응징해야 했다.

그레인키는 7회초 선두타자 미겔 몬테로의 등을 맞혔다. 2-2 동점인데도 선두타자의 출루를 감수하면서까지 보복한 것이다. ‘상대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에게 보복한다’는 묵시적 룰을 따른 조치이기도 했다. 몬테로도 내심 각오했는지 그리 흥분하지 않았고, 1차 벤치 클리어링이 빚어졌으나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7회말 첫 타자를 범타 처리한 케네디는 타석에 들어선 그레인키에게 ‘헤드샷’을 날렸다. 애리조나가 ‘투수에게는 빈볼을 삼간다’는 불문율마저 어긴 순간, 다저스 벤치는 인내심을 잃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앞장섰고, 양 팀 선수들이 쏟아져나와 ‘격투’가 벌어졌다. 원인제공자인 케네디와 커크 깁슨 애리조나 감독은 물론, 깁슨 감독과 매트 윌리엄스 애리조나 타격코치의 멱살을 잡은 마크 맥과이어 다저스 타격코치와 ‘1차 피해자’여서 가장 흥분한 푸이그도 퇴장됐다. 다저스 선수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한 터너 워드 애리조나 타격보조코치도 퇴장됐다.

다저스는 8회초 1실점했으나 8회말 팀 페데로위츠가 만루서 3타점 2루타를 터뜨린 데 힘입어 5-3으로 역전승했다. 역전 직후 다저스 마크 엘리스가 또 사구를 맞았으나 참았기에 3차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도무지 실마리를 잡지 못하던 다저스는 난투극 직후 역전승을 거둬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3일 선발 출격하는 류현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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