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스포츠 스타들의 음주사고 솜방망이 처벌은 이제그만

입력 2013-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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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프로야구선수가 음주운전 도중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을 쳐 사회문제가 됐다. 이미 한차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경찰용어로 동일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구단은 즉시 그 선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매기고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개월 야구 활동 정지와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2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만일 이 선수가 처음 음주운전으로 문제가 됐을 때 위와 같은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면 과연 똑같은 짓을 했을까.

우리 사회는 유난히 술에 관대하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러도 술에 취해서라고 하면 감형되던 것이 문제가 됐다. 유명 스타의 범죄에도 관대한 것이 우리 정서다.

만일 직장인이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쳤다면 그 회사는 어떤 조치를 취할까. 어느 국영기업은 직원이 음주운전으로 문제가 될 경우 단 한차례만으로도 퇴사 시킨다. 스타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관용을 요구한다. 구단도 그렇다. 가능하면 스타가 그라운드에 뛰는 것을 원한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 선수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범죄를 저질러도 되도록 안으로 감싸고 징계는 솜방망이다. 이런 구조가 선수들로 하여금 그릇된 생각을 품게 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술과 관련된 사고는 예상 외로 많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거나 구단이 미리 손을 써서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고 돈으로 무마해서 그렇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평균 사건사고 발생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음주사고로 남의 목숨을 앗아간 선수도 자신의 생을 마감한 선수도 여럿이다.

스타들에게는 돈도 있고 시간도 많다. 스타와 함께 자리를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 그러다보니 술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그 한 잔 두 잔이 항상 사고를 부른다. 음주운전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몇 년 전이다. 연말연시에 동기들끼리 모처럼 만나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또래 여자를 만났다. 젊은 남녀들의 부담 없는 만남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이들은 집단강간이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갔다. 아무리 후회해도 그들에게는 두 번 다시 운동을 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비극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자신이다. 이들이 올바른 정신과 프로의식을 갖지 않으면 구단과 소속 단체가 아무리 교육해봐야 공염불이다. 그래서 죄가 있으면 벌은 가혹하리만큼 단호해야 한다. 죄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벌은 평생 후회하게 만들 정도가 돼야 스타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그보다 더 좋은 예방치료는 선수들에게 진짜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속한 스포츠 세계가 전부로만 안다. “유니폼을 벗고 나서야 세상이 정말 무서운 곳인 줄 알았다”고 많은 은퇴 선수들은 얘기한다. 항상 자신들을 떠받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틈에서 지내다보니 이들은 진짜 세상의 무서움을 모른다. 그래서 자기 밖에 모르는 응석받이가 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너무나 쉽게 한다.

신혼여행을 아프리카 봉사활동으로 대신한 메이저리그 스타의 세계관은 오직 자신을 위한 운동만 해온 우리 스타와는 너무 다르다. 우리 선수들이 다른 세상의 사람을 알고 자신이 운동을 통해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를 실감하는 봉사활동은 그래서 필요하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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