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중국드라마 '멀리 떨어진 사랑'을 촬영 중인 배우 박해진이 한국 취재진 40여 명을 현지 촬영 현장에 초대했다.
25일 베이징의 한 허름한 민가에서는 재벌 심 씨 그룹의 회장 심안(박해진 분)이 여주인공(이비아 분)과 함께 자신의 회사에서 출시한 음료수를 마시고 쓰러진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좁은 공간에 약 80여 명의 스태프가 박해진의 연기에 숨을 죽였다. 언어는 다르지만 촬영은 자연스러웠다.
카메라가 꺼지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해진은 어린 스태프들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걸며 농담도 던졌다. 현장의 한 스태프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스태프에게 먼저 다가와 마사지도 해준다. 간식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며 박해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사랑'은 박해진에게 벌써 네 번째 주연 중국 드라마다. 첫 주연작 '첸더더의 결혼기'는 1만 7000편에 이르는 중국 드라마들 사이에서 당당히 총 시청률 3위에 오른 바 있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박해진은 "생각하는 것만큼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다"면서 "대사를 다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대사까지 모조리 외워야 한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집중 할 수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대해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셔야 할 것"이라며 "중국 드라마는 사전제작이라 한국과 달리 밤샘촬영이 거의 없다. 계약 기간에 매우 엄격하다. 배우 입장에서 배려 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물론 촬영 현장이 열악한 경우도 많다. 전 드라마 '애상사자좌'촬영 때는 40도가 넘는 날씨에 붐맨이 쓰러지기도 했다. 나도 더운날 에어컨도 없이 냄비에 불을 붙이고 요리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결국 발 밑에 얼음을 두고 촬영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지켜본 중국의 성장 속도를 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촬영 일화를 전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소위 대박이 났다. 현지에서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했다. 비결을 알려달라고 물었다.
"비결? 첫 번째 작품 선택이 중요했던 것 같다. '소문난 칠공주'가 중국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첸더더의 결혼기'까지 캐릭터가 이어져서 좋게 봐주셨다. 아직 중국에서는 성녀(골드미스)를 작품이 많다. 그런 작품에 출연해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사극이 아니라면 중국이든 한국이든 여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박해진은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마치고 거의 쉴 틈없이 중국으로 날아와 촬영에 임했다. 동료 배우들은 물론 한국 팬들에 대한 그리움도 적지 않다.
"보영 누나가 출연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최)윤영의 '여왕의 교실' 둘 다 잘 보고 있다. (이)상윤이 형이 출연하는 '불의 여신 정이'도 곧 방송한다더라. 누구의 작품을 봐야 할까.(웃음) 모두 연락을 자주 주고 받으며 지낸다. 누구보다 우리 조카가 너무 보고 싶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텐데…. 올 연말 쯤에는 나도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밝은 작품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베이지(중국)|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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