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넥센 강윤구 “내가 나를 가뒀던 그 동굴이 사라졌다”

입력 2013-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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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은 “리그 최고의 직구를 보유한 선수는 넥센 강윤구”라고 말한다. 이 직구와 커터성 슬라이더 사이에서 상대 타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6월 부진 속에서 침잠했던 그는 마침내 동굴에서 빠져나와 ‘나’를 외쳤다. 스포츠동아DB

볼넷 남발하며 생긴 마음 속 작은 동굴
지난 6일 삼성전서 3연속 밀어내기…
그날 밤 또 동굴로 걸어 들어갔다

끊임없이 훈련하고 또 훈련…
13일만에 등판, 데뷔 후 최다 5승
이젠, 탈출법을 터득했다

지난해부터였다. 넥센 강윤구(23)는 힘들 때마다 스스로 작은 동굴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심장 부근을 가만히 손으로 짚으며 “바로 이 안에 생겼다”고 했다. 볼넷을 남발하다 고개를 숙인 채 내려오는 날엔, 어김없이 그 동굴이 컴컴한 입을 벌린 채 그를 기다렸다. 강윤구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어둠 속에 갇혀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자책하면서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렵게 빠져나왔다. 다시는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다.”


● 다시 나타난 마음 속 동굴

늘 ‘미완의 유망주’로 불렸던 강윤구. 올해는 그 꼬리표를 떼는 듯했다. 첫 경기(2.2이닝 5실점)에서만 부진했을 뿐, 등판 때마다 안정적 투구를 이어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고비가 닥쳤다. 하늘이 다시 캄캄해지던 시간. 6일 목동 삼성전이었다. 3회에 갑자기 안타 없이 4사구 3개로 무사만루를 자초한 뒤 2실점했다. 5회는 더 처참했다. 다시 4사구 3개로 무사만루, 그리고 1사 후 3연속 밀어내기 볼넷.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강윤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날 밤, 그는 다시 동굴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해법 찾고 건져낸 시즌 5승

고민이 깊어질수록 부정적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다음 등판 결과(13일 사직 롯데전 4이닝 3실점)도 좋지 못했다. 강윤구는 “두려움이 생겼다. 나 스스로도 기대가 정말 큰 시즌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방심했던 것 같다”며 “너무 치명적으로 무너졌다. 너무 센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빠져나와야 했다. 끊임없이 훈련하고 또 했다. 20일에는 전남 강진 2군 경기에 등판해 제구력을 점검했다. 염경엽 감독과 1·2군 코칭스태프의 격려 속에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다. 그렇게 다시 일어섰다. 13일 만에 다시 나선 26일 목동 SK전. 강윤구는 스스로에게 계속 주문했다. “차분하게, 여유 있게 던지자. 그리고 빠르게 승부하자.” 1회부터 1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5.1이닝 1실점으로 시즌 5승째(2패)를 따냈다. 마음속의 동굴이 마침내 자취를 감췄다. 그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마운드에서 야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투수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 피자 30판의 의미

다음날인 27일, 목동구장에 피자 30판이 도착했다. ‘5승 투수’ 강윤구의 선물이었다. 남들에게 5승은 그냥 10승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데뷔 후 최다승이라는 이정표였다. 지난해의 4승이 최다승이었던 그가 5년간 앞을 막았던 벽 하나를 넘었다. 강윤구는 ‘피자 30판’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타자 형들이 잘 쳐줬고, 개인 최다승이기도 했고, 이런 나한테 힘을 준 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동굴에서 빠져나온 기념으로.” 앞으로 강윤구에게 더 이상 ‘동굴’은 없다. 설사 다시 어둠 속에 파묻힌다 해도, 이전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강윤구는 그렇게, 한 뼘 더 강해졌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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