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4할 타율 라미레스, 기복 없이 강한 남자

입력 2013-07-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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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저스 4번타자 핸리 라미레스

루키리그 올스타·ML 데뷔 첫 해 신인왕 출신
장기계약 대박·NL 타격왕 등극 등 승승장구
2011년 부진·부상 겹치며 다저스 이적 시련
올 시즌 복귀 후 4할대 맹타…팀 상승세 주도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딛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LA 다저스의 거침없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2일(한국시간)까지만 해도 다저스는 30승4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9.5게임차를 보이며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후 15경기에서 12승3패로 급상승세를 타며 탈꼴찌는 물론 지구 우승 경쟁에까지 돌입했다. 9일에도 애리조나에 6-1로 이겨 시즌 43승45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제 지구 선두 애리조나에 3.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특히 쿠바 출신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의 눈부신 활약에 매료된 많은 팬들과 언론은 ‘푸이그 팩터’를 거론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고 있다. 2번 푸이그를 시작으로 3번 아드리안 곤살레스, 4번 핸리 라미레스, 5번 안드레 이디어(또는 맷 켐프)가 중심을 이루는 다저스 타선은 7월 들어 치른 첫 4경기에서 최소 13안타 이상을 때리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6월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호투하고도 단 1승을 추가하지 못했던 류현진도 그 수혜자가 됐다. 6일 천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8번으로 나선 후안 우리베가 혼자 7타점을 쓸어 담는 등 타선이 장단 13안타로 10점을 뽑아준 덕에 시즌 7승째를 챙길 수 있었다. 올 시즌 류현진이 출격한 17경기에서 다저스가 10득점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다저스에서 가장 기복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자는 바로 라미레스다. 켐프와 이디어가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라미레스는 푸이그와 함께 줄곧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9일까지 33경기에서 타율 0.419(105타수 44안타), 7홈런, 21타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자신의 최고 시즌이었던 2009년의 활약을 넘어서게 된다.


●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에서 빅리그 신인왕으로!

마이애미 말린스는 전신인 플로리다 시절부터 ‘파이어 세일’을 가장 빈번하게 했다. 고액 연봉의 간판스타들을 한번에 처분하는 대신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받아들여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라미레스의 경우는 ‘파이어 세일’로 성공한 케이스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2000년 인터내셔널 FA(프리에이전트)로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그는 2년 후 타율 0.341을 기록하며 걸프코스트리그(루키리그) 올스타로 선정됐다. 2005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 10위에 이름을 올린 그는 아니발 산체스와 함께 말린스로 둥지를 옮겼다. 트레이드 상대는 거물급 투수 조시 베켓을 비롯해 3루수 마이크 로웰과 구원투수 기예르모 모타였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말린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라미레스는 풀타임 빅리그 첫해인 2006년 158경기에 출전해 0.292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안타 185개, 득점 119개, 3루타 11개, 도루 51개로 메이저리그 루키 중 최고 기록을 세우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또 17개의 대포 중 7개를 1회 선두타자 홈런으로 장식해 구단 신기록도 수립했다.


● 30-30클럽, 타격왕…거침없는 질주

라미레스에게는 ‘소포모어(2년생) 징크스’도 없었다. 2007년 3번타자로 중용된 라미레스는 타율 0.332에 홈런을 29개나 터뜨렸고, 도루도 2년 연속 51개나 기록했다. 2008시즌을 앞두고 말린스는 거포 미겔 카브레라와 좌완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했다. 말린스 간판스타는 빅리그 3년생인 라미레스의 몫이 됐다. 라미레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생애 첫 올스타로 선정된 기세를 몰아 타율 0.301을 기록하면서도 33홈런 35도루로 2000년 프레스턴 윌슨 이후 구단 역사상 2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말린스로 둥지를 옮긴 후 3년간 맹활약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은 라미레스는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인 6년간 7000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의 최고 시즌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장기고액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부진의 늪에 빠지는 많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그는 2009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9월 7일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개인통산 100번째 홈런을 터뜨려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알렉스 로드리게스, 노마 가르시아파라, 어니 뱅크스에 이어 4번째로 어린 나이에 대기록을 수립했다. 타율 0.342로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106타점(6위)-27도루(5위)-101득점(8위)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격수 부문 실버슬러거도 그의 몫이었지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던 앨버트 푸홀스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2010년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동향인 보스턴의 데이비드 오티스에 밀려 2위를 차지한 라미레스는 0.300으로 4년 연속 3할 타율을 지켜냈고, 21홈런과 32도루를 기록하며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 부상 암초, 그리고 다저스로 트레이드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라미레스의 상승세는 어깨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2011년 최악의 시즌으로 끝났다. 초반부터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이더니 8월 3일 뉴욕 메츠전 도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어깨를 다쳐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라미레스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55승55패를 기록했던 말린스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72승90패로 시즌을 마쳤다. 9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3, 10홈런, 45타점을 올리는 데 그친 그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해 스토브리그에서 말린스는 2011년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호세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문제는 레이예스 역시 유격수라는 점이었다. 결국 2012시즌 레이예스에 밀려 3루수로 보직을 변경한 라미레스는 7월 26일 다저스로 전격 이적했다. 다저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8월 26일 아드리안 곤살레스, 조시 베켓, 칼 크로퍼드, 닉 푼토를 영입하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지만 86승76패에 그쳐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에 8게임차로 뒤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도중 팀을 옮기는 어수선한 가운데 라미레스는 24홈런, 92타점을 올렸지만 타율은 0.257에 그쳤다.


● ‘제2의 전성기’ 맞은 라미레스

구단주가 바뀐 다저스는 잭 그레인키, 류현진을 영입하며 선발 투수진을 보강해 2013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비보가 전해졌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라미레스가 푸에르토리코와의 라이벌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손을 다쳐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것. 라미레스는 수술 후 예상보다 이른 4월 30일 팀에 합류했지만, 불과 4일 뒤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또 다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라미레스가 다시 25인 로스터에 합류한 것은 ‘쿠바산 괴물’ 푸이그가 콜업을 받은 직후인 6월 5일이었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WBC에서 라미레스가 부상을 당하지 않고, 푸이그가 메이저리그에 좀더 빨리 합류했다면 다저스의 현재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제 30세에 빅리그 8년차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라미레스가 1988년 이후 우승에 목말라있는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끌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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