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연령대는 서로 다르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같다. 중년 연기자들의 생생한 여행기로 방송 초부터 화제를 모으는 ‘꽃보다 할배’(위쪽)와 MBC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아빠 어디가’. 사진제공|tvN·MBC
연령 76세의 깊이 vs 7.8세 천진함
경력 206년 연륜 vs 첫 출연 엉뚱함
친분 50년 절친 vs 첫 만남 친구들
네 명의 ‘할아버지’가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그 주인공은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그리고 백일섭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 결과 5일 밤 방송된 첫 회 시청률은 무려 4.15%(케이블채널 가입기구 기준)를 기록했다.
‘꽃보다 할배’는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 중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유일한 대항마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가장 ‘늙은’ 출연자와 ‘어린’ 출연자로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는 두 예능프로그램을 숫자로 비교했다. ‘할아버지’들이 내세우는 ‘무기’의 실체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 76세 VS 7.8세
네 할아버지의 평균 연령은 76세. 이순재가 78세로 ‘맏형’이다. 둘째는 77세의 신구. 박근형은 73세이고 백일섭이 69세로 ‘막내’다. 이들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아빠! 어디가?’의 다섯 아이들의 나이를 더한 것에 10배에 달한다. ‘아빠! 어디가?’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 9세, 성동일의 아들 성준과 윤민수의 아들 후가 8세, 이종혁의 아들 준수와 송종국의 딸 지아가 7세로 이들은 예능프로그램 최연소 출연자이다.
하지만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모두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한다. 할아버지들은 70년 넘게 살아오면서 쌓은 삶의 경험과 연륜으로, 아이들은 밤새 놀아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같은 체력으로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할아버지들은 유럽여행을 반려자 없이 떠나고, 아이들은 항상 붙어있던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하룻밤을 보낸다.
● 206년 VS 6개월
방송 경력으로 따지면 다섯 아이들은 할아버지들의 ‘새 발의 피’다. 네 할아버지의 연기 경력은 총 206년. 그에 비해 ‘아빠! 어디가?’의 다섯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이 첫 방송 출연이다. 송지아만이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1년 전 출연한 경력이 있어 가장 오래됐다. 경력은 또 무슨 상관이랴. 방송을 알고 모르는 것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예능 초보’인 건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의 돌발행동도 잇따른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는 즐겁기만 하다.
● 50년 VS 6개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50년지기다. 반면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서로 알고 지낸 기간도 중요하지 않다. 반세기를 알고 지낸 이들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서로를 워낙 잘 알고 있어 친해지는 과정 따윈 필요치 않다.
아이들은 은근히 서로를 경계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려 하지만 금새 무너진다. 나이를 알고 나면 나름 서열을 정해 맏형인 김민국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움직인다. 그리곤 똘똘 뭉친다.
특히 아이들은 무한한 친화력으로 처음 만난 마을 주민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예능프로그램만이 안겨주는 또 다른 훈훈함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