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욱.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저를 향한 걱정의 말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렇다고 당장 얼굴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가질 수도 없잖아요?(웃음) 스토리와 연기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동욱은 부담 속에서도 KBS 2TV 사극 드라마 ‘천명’의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6월 말 종영한 ‘천명’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 내의원 의관으로, 조선 최고의 ‘딸바보’ 최원 역을 맡았다.
“데뷔 후 14년 동안 사극에 출연한 적이 없어요. 꼭 해보고 싶었죠. 대본과 캐릭터의 매력도 뿌리칠 수 없었고요. 욕심을 많이 낸 작품이에요.”
하지만 사극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드라마 초반 연기력 논란과 싸워야 했다. 시청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간과했던 것 같아요. 1, 2회분 연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시청률도 만족스럽지 못했고요. 다행히 중반 이후 8∼10%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어요.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지켜봐준 분들에게 감사해요.”
불안했던 초반과 달리 이동욱의 연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고 깊이를 더했다. 시청자들은 최원과 함께 웃고 울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동욱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동욱의 마음은 불편했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서 짓누르는 책임감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외로움까지 느꼈어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제가 있었거든요. 감독님도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요. 역할이 커진 만큼 부담도 컸죠. ‘누구도 내 부담감을 대신해 줄 수 없구나’ ‘지금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배우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텼어요.”
배우 이동욱.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런 이동욱에게 힘이 되어준 건 홍다인 역의 송지효였다. 든든한 내조(?)로 풀 죽은 이동욱을 일으켜 세웠다.
“지효와 동갑내기 친구예요. 무척 털털한 성격인데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더라고요.(웃음)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왜 지치는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지 둘이 가장 잘 아니까요.”
얼굴만 봐도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아역배우 김유빈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랑이 역의 유빈이는 이제 친딸처럼 느껴진다”며 “다음 주에도 만나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정말 오랜만에 ‘몇 시까지 뭘 하고, 어디로 이동하고’ 이런 얽매임 없이 마냥 앉아서 별거 아닌 이야기에 ‘낄낄’거리는 게 즐거워요. 친구들은 제 작품에 대해 ‘고생했다. 야, 4회까지 보고 못 보겠더라’라고 말해줘요. ‘그래, 보지 마. 보기 싫은데 뭐 하러 봐’ 이런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죠.(웃음)”
그래도 돌아보면 촬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보니 천생 배우다.
“단 한 번도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되돌아보면 북적한 현장이 제일 신나고,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설레요. 좋은 작품을 통해 기억에 남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