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다저스 전설 발렌수엘라 “류현진, 이 것만 고쳐라”

입력 2013-07-13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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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발렌수엘라(53).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류현진(26·LA 다저스)이 최악의 피칭으로 올 시즌 전반기 등판을 마쳤다.

류현진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5실점했다. 미국 진출 후 최소 이닝 투구에 최다 실점이었다. 하지만 다저스가 연장 14회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7-5로 역전승해 패전은 면했다.

류현진은 13일 현재 올 시즌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 중이다. 류현진이 미국 진출 첫 해에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성적을 거두며 빅리그에 연착하자 올 초 그를 향했던 우려와 불신은 기대와 호평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 10일 애리조나 홈구장인 체이스 필드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난 다저스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86)는 류현진의 꾸준함과 침착함을 높이 평가하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롱런 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런 가운데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53) 역시 “류현진은 좋은 투수이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멕시코 출신의 좌완 투수였던 발렌수엘라는 지난 1981년 다저스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페르난도 마니아’라는 단어를 파생시킬 만큼 큰 돌풍을 일으켰다.

발렌수엘라는 1981년 13승 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신인왕과 사이영상 동시 수상이라는 업적을 이뤘다.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도 3승 1패를 거두며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발렌수엘라는 또 류현진처럼 타격에도 소질이 있어 각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종종 류현진과 발렌수엘라가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렌수엘라는 빅리그에서 17년간 활약하며 통산 173승 153패 평균자책점 3.54의 성적을 거뒀다. 올스타(6회)는 물론 골드글러브도 수상했고 1990년에는 노히트 노런도 달성했다. 발렌수엘라의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많은 야구팬들은 그를 다저스의 전설로 기억한다.

동아닷컴은 국내언론 최초로 11일 다저스-애리조나전이 열린 애리조나 주 체이스필드에서 발렌수엘라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현역 시절 모습. LA 다저스 홍보팀 제공


다음은 발렌수엘라와의 일문일답.

-만나게 돼 반갑다.

“찾아줘 고맙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게 돼 기쁘다.”

-은퇴 후 야구해설가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 2003년부터 남미 야구팬들을 위해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 팀의 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웃으며) 해설가로 활동한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설 일은 재미있나?

“처음 1~2년간은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다. 해설가 일을 즐겁게 즐길 정도가 됐다.”

-다저스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저스의 홈 경기를 포함한 서부 원정경기만 중계하고 중동부 지역의 원정경기는 다른 팀이 맡아서 한다.”

-지난 1981년 메이저리그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월드시리즈마저 제패했다. 당시 ‘페르난도 마니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활약이 대단했다.

“내 야구인생에 있어 최고의 해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 수상하게 돼 항상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웃으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올스타를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내가 받은 모든 상이 다 소중하다. 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이다. 신인왕이나 사이영상도 결국 월드시리즈로 가는데 필요한 과정일 뿐 절대적일 수는 없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팀원들의 도움이나 그들과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승할 수 없다. 게다가 신인왕이나 사이영상은 기자단의 투표로 이뤄진다. 의외의 결과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전적으로 ‘우리’의 능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가장 기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사람들이 내게 ‘야구인생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소중한 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한다. ”

-당신 아들도 야구선수라고 들었다.

“그렇다. 한때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3년간 뛰었지만 빅리그에 오르지는 못했다. 현재는 멕시코로 건너가 그 곳 프로리그에서 5년째 뛰고 있다.”

-아버지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의외의 결과이다.

“(웃으며) 아들이 투수였다면 내가 많이 가르쳐 줬을텐데 아들은 1루수이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아들이 속한 팀의 코치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겼다. 아들이 홈런을 많이 치는 거포는 아니지만 (웃으며) 그래도 타격에는 소질이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했다. 아들은 아들 나름대로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꼭 빅리그가 아니더라도 그가 좋아하면 그 것으로 만족한다. 다행히 아들은 멕시코에서 야구하는 것을 즐기며 행복해 한다.”

-올 시즌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류현진의 중동부 쪽 원정경기는 직접 보지 못했다. 하지만 홈 경기와 서부 쪽 원정경기는 현장에서 모두 지켜봤다. 우선 류현진은 투수로서의 신체조건과 투구 폼이 좋다. 좌완 투수치고 직구 구속도 나쁘지 않고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좋다. 특히 홈플레이트 좌우 구석을 이용하는 능력도 좋다. 지금까지는 잘 던지고 있다.”

-류현진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주저 없이) 투구수를 줄여야 한다. 류현진은 분명 좋은 투수이다. 하지만 본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 필요이상으로 투구수가 많다. 투구수가 많으면 팀은 물론 본인에게도 좋을 게 없다. 아울러 스트라이크 비율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이점만 보완한다면 류현진은 분명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도 돋보이고 팔 상태도 좋아 보인다. (웃으며) 게다가 타격도 잘하지 않는가? 하하.”

-타격은 실버슬러거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당신이 더 잘한 것 아닌가?

“하하.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물론 상을 받은 것은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류현진을 보면 그는 타격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

-류현진의 경우 투구수 외에 다른 단점은 없다고 보나?

“그렇다. 그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단점은 없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신인투수가 지금 같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류현진이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같은 리그에 소속된 타자들을 더 자주 경험해서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면 지금보다 한결 더 수월해질 것이다. 게다가 류현진이 지금까지 거둔 성적은 다저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나온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부상에서 이탈했던 주전 선수들이 속속 팀에 복귀했다. 그 결과 다저스가 상승세를 타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다저스 주축 선수들이 복귀함에 따라 앞으로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도 높아졌다.”

-올 시즌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고 보는가?

“방금 언급한 것처럼 올 해 다저스는 부상선수들이 많아 상반기 내내 고전했다. 하지만 최근 헨리 라미레즈를 비롯한 팀의 주축선수들이 팀에 복귀하며 전력이 크게 좋아졌다. 더 이상 부상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낙관적으로 본다.”

-오늘 귀한 시간 내줘 고맙다.

“(웃으며) 천만에! 찾아줘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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