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진규 “비디오 보며 연구”…아디 “높은 볼 자세히 관찰”

입력 2013-08-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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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상승세 비결로 수비수들의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을 빼놓을 수 없다. 3일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도 김진규(왼쪽)-아디의 골로 9경기 무승의 꼬리표를 끊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FC서울의 상승세 비결로 수비수들의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을 빼놓을 수 없다. 3일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도 김진규(왼쪽)-아디의 골로 9경기 무승의 꼬리표를 끊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서울 ‘수트라이커’ 김진규·아디가 밝힌 골 넣는 비결

김진규, 5경기 4골 1도움
“동영상보며 골 구질 파악…고3때 한 대회 7골 득점”

아디, 2연속경기 골맛
“뜬볼 슛 연결 내 주특기…공격진 좋아 나에게 찬스”

앞으로 FC서울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골치 아플 것 같다. 서울의 간판공격수 데몰리션(데얀+몰리나) 뿐 아니라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아디(37)와 김진규(28) 콤비를 막는데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중앙수비수 김진규는 7월7일 성남 전부터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4골1도움)를 기록 중이다. 4골 모두 결승골. 중앙, 왼쪽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 아디도 최근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특히 3일 수원삼성과 홈경기 때 아디가 선제골, 김진규가 결승골을 합작하며 3년 만의 슈퍼매치 승리를 이끌었다.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5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김진규와 아디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이들이 공개한 ‘골 넣는 수비수’의 비밀은 ‘치밀한 연구’에 있었다.


-7월13일 전남 원정(종료직전 김진규가 헤딩 결승골 작렬)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데.

김진규(이하 김) : 사실 그 프리킥을 직접 차려고 했다. 그런데 벤치에서 감독님이 손짓을 하더라. 감아 차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골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시더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전으로 갔는데 헤딩 골을 넣었다. 내가 킥 직전에 들어와 상대 수비가 미처 막을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하하. 그 때부터 계속 헤딩으로 골을 넣고 있다.


-골 넣는 수비수의 비결을 조금이라도 공개해 달라.

김 : 처음에는 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넣으니 골 냄새? 그런 게 느껴진다. 우리 팀의 키커 몰리나, 하대성의 구질이 다른데 그걸 파악해야 한다. 혼자서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 아닌 연구를 한다.

아디 : 동의한다. 진규는 빠른 볼을 타이밍 맞춰서 때리는 데 능하고 나는 높은 볼을 자세히 관찰한 뒤 슛을 하는 걸 좋아한다.

김 : 맞다. 수원 전에서 나온 아디의 골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 넣더라.

아디 : 진규가 앞에서 잘라 들어가며 상대를 유도해주니 공간이 나오는 거지.

김 : 앞으로 같이 인터뷰 자주 해야겠다. 이렇게 칭찬을 주고받으니 기분 좋다.


-어린 시절 공격수는 해 봤나.

김 : 고3 때 공격수로 한 대회에서 7골 넣어 팀을 우승시킨 적도 있다. 백지훈(김진규의 안동도 동기)이 7개 중 6개를 어시스트해줬다.

아디 : 브라질에서는 유소년 축구를 할 때 다양한 포지션을 다 해본다. 스피드가 있어 왼쪽 윙을 본 적이 있다.


-혹시 경기 전 세리머니도 준비 하나.

김 : 그렇지는 않다. 사실 수원 전 때는 골 들어가면 데얀, (김)치우 형이랑 세리머니 하려고 준비한 게 있었는데 못 했다. (뭐였나) 빠빠빠 춤이었다.(걸 그룹 크레용 팝의 최신 춤)

아디 : 골 넣으면 다른 거 없다. 무조건 뛰고 안는 거다.


-서울은 공격수들이 골을 계속 못 넣고 있다. 혹시 미안하거나 그런 마음은 없나.

아디 : 우리 공격수들이 실력이 좋아 너무 집중마크를 당하는 측면이 있다. 상대가 우리 공격수들만 따라다니다 보니 우리 수비수에게 찬스가 생기는 거다.

김 : 공격수들은 골 부담감이 크지 않나. 우리가 운 좋게 골 넣어 그 부담을 덜어준다고 생각한다.


-라이벌전에서 득점하며 승리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김 : 수원과 경기는 워낙 관심을 받다보니 실수를 해도 크게 부각된다. 수원 팬들이 그전에 나를 가리켜 ‘고맙다’ ‘수원의 13번째 선수다’고 비아냥거릴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털어낸 것 같다.

아디 : 수원과 경기만 앞두면 다른 생각 안 든다. 무조건 수원 잡는다는 생각뿐이다. 이번에 징크스를 깼으니 앞으로도 쭉 이길 거다.


-수원을 이기고 나니 사실 서울은 수원에 약했던 게 아니라 윤성효 부산 감독(전 수원 감독)에게 약했던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7일 부산과 FA컵 8강이 있는데.

김 : 우리 팀은 올 시즌 초반과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 팬들이 윤성효 부적을 들고 올 것 같은데 아무 소용없을 거다. 짐만 되지 않을까.

아디 : 감독 징크스라는 게 어디 있나. 그런 것은 없다. 우리가 진 거면 팀 전체가 단합이 안돼서 그런 거지 감독 문제가 아니다.


-올 초 부진할 때와 달리 이제 3관왕(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을 노리는 위치가 됐다.

김 : 힘들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어주시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실점이 많을 때 수비수들에게 어떤 점이 작년과 달리 잘 못 됐는지 잘 설명해 주셨다. 감독님이 분석하시는 게 뛰어나다. 지금 분위기라면 3관왕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디 : 감독님은 분석도 잘 하시고 처방이 좋다. 무엇보다 선수를 믿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최용수 감독이 아디를 ‘외국인 선수들의 팀장’이라고 한다.

아디 : 하하. 일단 4명의 언어를 다 구사하니까. 내가 서울에서 오래 있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는데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말 잘 안 듣는 선수는) 데얀으로 자존감이 굉장히 강해 자기만의 행동, 방식이 있다. 하지만 대화로 다 통한다.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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