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편당 8억원…보조출연자는 연 1천만원

입력 2013-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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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방송계 ‘양극화’ 심각

보조출연자 89%% 연소득 1천만원 미만
최저임금에 못미쳐…임금체불도 빈번
30%% 하루 평균 12∼18시간 근무 열악

근무 여건 개선·보편적 노동행정 필요

2008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보조출연한 김모 씨. 그는 촬영을 위해 이동하다 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를 다쳤다. 하지만 산업재해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이 “김씨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아니다”며 요양 승인을 거부한 탓이다. 김 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산업재해자로 인정받았다.

반면 지난해 4월 KBS 2TV 드라마 ‘각시탈’ 촬영 이동 중 사망한 박희석 씨는 보조출연자 최초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보조출연자에 대한 언론과 사회적 관심이 새롭게 높아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보조출연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 ‘드라마 출연료 1억원’ 등 영화계는 호황, 드라마 산업은 성장으로 떠들썩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보조출연자 10명 가운데 9명이 연간 1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보조출연자 400명을 대상으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2012년 보조출연자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근무 환경은 처참할 지경이다. 88.71%%가 연소득 1000만원 미만으로 나타났고 이 중 23.56%%의 소득은 100만원 미만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가가 정한 월 최저임금액(주 40시간제)은 95만7220원. 이를 1년 단위로 환산할 때 나오는 기본 생계비가 1148만6640원인 점을 고려하면, 보조출연자의 90%%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출연료 미지급도 빈번하다.

돈은 적게 받고 일은 많이 한다. 30.21%%가 하루 평균 ‘12∼18시간’을 일한다. 24시간 이상 일하는 보조출연자도 11.98%%에 이른다. 이들은 대개 ‘편 당’ 고용되기 때문에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부당행위를 경험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금체불’ ‘해고’ ‘산업재해’ ‘성희롱’ 등이다. 특히 성범죄를 포함한 언어폭력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재해를 입을 경우 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대다수 보조출연자는 자비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다.

영진위는 보조출연자들의 이처럼 열악한 상황을 “파견·용역업체를 통해 현장에 ‘파견’되고 영화와 드라마 등 제작이 끝나면 실업상태가 되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실제 사용자인 방송사나 제작사 등이 보조출연자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갖지만, 파견·용역업체들은 제작사와 방송사에 의존해야 해 보조출연자의 임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현재 한국영화와 드라마업계 ‘양극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 그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최대 430억원(설국열차)까지 올랐다. 톱스타급 배우들의 몸값도 올라 일부는 편당 7∼8억원을 챙긴다. 영화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치솟아 올해 최대 흥행작인 ‘7번방의 선물’(1280만)이 거둔 매출은 914억원에 이른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한류로 해외 수출에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되면서 제작비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드라마가 속속 등장한다. 톱스타의 회당 출연료도 1억원을 넘은 지 오래다.

영진위는 “보조출연자와 스태프 등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며 “이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을 근로자로 바라보는 보편적 노동행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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