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그처럼 실력 있는 배우와 탄탄한 이야기가 만나 이 영화는 추석 연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신선한 이야기·화려한 캐스팅 주효
이정재 반전 연기와 야성미도 한몫
예년 비해 경쟁작 기근 행운도 따라
신선한 이야기의 힘일까. 예견된 결과일까.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이 추석 연휴를 지나며 22일 현재까지 7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추석 당일인 19일 80만6000명, 다음날은 89만9000명을 각각 모으면서 폭발적인 흥행세를 기록했다.
극장가 ‘특수’로 통하는 추석 연휴에 이처럼 흥행세를 달린 ‘관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선한 이야기를 향한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가 원동력이라는 분석과 함께 ‘대진운’이 상당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관상’은 생김새로 운명을 예견하는 관상을 소재로 택한 영화. 영화화가 확정되기 전부터 시나리오 완성도에서 입소문이 퍼진 작품이다. 원작자인 김동혁 작가는 이 시나리오로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일찌감치 인정받은 이 같은 참신한 이야기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즉각적인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관상’은 지난해 ‘도둑들’ 이후 최상의 캐스팅으로도 인정받는다. 송강호부터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공략할 수 있는 배우들이 포진, 흥행세에 속도를 냈다.
특히 호평 받는 배우는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 주로 액션과 누아르 장르에서 활동해온 이정재는 ‘관상’으로 정통 사극에 도전해 관객의 고정관념을 깨는 반전의 연기를 펼쳤다. 악역으로 나선 그는 영화 시작 후 한 시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주연급 비중보다 어떤 역할인지, 어떤 개성을 보여줄지 더 중요했다”는 이정재는 야성 강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매력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관상’은 1000만 관객을 향해가는 상황. 기록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기가 온전한 작품의 힘보다 때를 잘 맞춘 ‘운’ 덕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추석은 설과 더불어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국영화가 드물었다. ‘관상’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스파이’까지 단 두 편이 경쟁을 벌였다.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흥행 경쟁에 따라 ‘관상’이 받은 반사이익도 상당했다. 실제로 연휴가 시작된 18일부터 22일까지 ‘관상’은 하루 평균 120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반면 ‘스파이’는 400여개에 불과했다. 관객 입장에선 ‘관상’ 외에 선택할 영화가 드물었던 셈이다. 느슨했던 추석에 비해 오히려 10월 한국영화의 경쟁은 더 치열할 전망. ‘관상’을 피해 10월로 개봉을 확정한 한국영화가 4∼5편이다. 설경구의 ‘소원’, 김윤석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유아인의 ‘깡철이’, 손예진의 ‘공범’이 모두 10월 경쟁에 합류했다. 이래저래 한국영화의 흥행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m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