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가족 행사까지 쳐들어가는 팬심, 엑소 ‘사생팬 몸살’…규제 절실

입력 2013-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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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사생팬도 악플러다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의 가족 결혼식장에 ‘사생팬’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마구 찍고 소란을 피워 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스타의 일상까지 좇아다니는 극성팬’인 사생팬의 충격적 행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괴롭힘이 점점 심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사생팬 사이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더욱 무모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타들은 그만큼 더 큰 위험요소에 맞닥뜨리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엑소의 경우 최근 사생팬들로 인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오빠’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밀거나 일부러 부딪치고 심지어 때려 부상을 입힌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뜯어내 테이프에 붙여 보관하는 이들도 있다. 택시로 뒤를 쫓다 신호대기에 걸리면 도로 위에서 마구 사진을 찍은 뒤 어쩔 줄 몰라 하는 멤버들을 보며 ‘귀엽다’고 소리친다.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기 위해 남자처럼 보이려 삭발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비행편을 미리 알아내 가까운 자리에 앉아 멤버들이 잠든 모습을 찍고, 호텔 방에 도청기를 심어 놓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선물받은 인형 속에서 소형 카메라가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런 행동을 애교로 보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사생활 침해, 주거침입에 스토킹까지, 엄연한 범법행위다. 그러나 소속사 측은 법적 대응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팬과 스토커(사생팬)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들이 대부분 10대들이어서 ‘법대로’ 하기엔 너무 가혹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근래 이영애, 아이유 등 연예인들이 악플러에 대한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생팬은 이런 악질 누리꾼과 그 사회적 악영향에 있어서는 전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팬의 탈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연예계에서 이제 사생팬들의 위험한 행동을 규제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과한 일이 아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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