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이장석 “구단 팔아 뭘 하나? 영원한 히어로즈 구단주로 남겠다”

입력 2013-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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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라는 구단을 직접 빚고 완성한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팀에 대한 애정과 청사진, 그간의 우여곡절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내 마지막 직업은 ‘히어로즈 구단주’가 될 것 같다”고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스포츠동아DB

■ 넥센 정규시즌 3위·창단 첫 가을야구 이끈 이장석 대표


스폰서 유치 못해 발로 뛴 박병호 영입 대박
다른 팀들 이젠 우리와 트레이드 안 하려 해
신인드래프트 공 들이고 FA도 우리가 선도

나이 50 바라보는 나에게 이 자리가 마지막
선수장사? 구단장사? 좋은 구단주로 남고파

모기업 의존 구단 운영 NO…자립만이 살길
창단 첫 포스트시즌…올해는 맘껏 즐겨야죠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47) 대표이사는 올 시즌 팬들과 67번이나 직접 만났다. 목동구장에서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3루 관중석 출입구 앞에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는 것이 이 대표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우천 취소된 3경기 때도 빼놓지 않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때마다 넥센과 팬들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 대표는 “팬들의 ‘파이팅’에서 기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할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격세지감. 올해의 넥센과 이 대표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다. ‘야구계를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던 천덕꾸러기 구단이 그라운드 안팎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새 모델로 탈바꿈했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팀 성적은 단숨에 정규시즌 3위까지 뛰어올랐다. 히어로즈를 직접 빚고 다듬어온 이 대표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해였다. 그래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마도 이 자리가 내 마지막 직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이 정규시즌 3위로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일군 성과라 감회가 더 남다를 것 같다.

“계속 최하위권에 머무르던 팀이 6번째 시즌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2012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 팀을 잘 다지면 내년에 성적으로 승부를 볼 만하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곧바로 성과를 내서 뿌듯할 따름이다.”


-3년 전인 2010년, 이 대표가 ‘2012년까지는 기반을 다지는 1기,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2기’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예언(?) 수준이다. 근거가 뭐였나.

“사실 2008년부터 일정한 메시지를 던졌는데, 다들 우리가 금세 망할 거라고 생각하던 시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프로야구 가입금을 완납할 때까지의 4년은 ‘생존’을 위해 버텨야 했던 시기다. 다만 2010년에는 최소한의 도약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조금이나마 생겼다. 생존만 하기 위해 탄생한 팀은 프로야구단이 아니니, 그러려면 3년 안에 꼭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생겼다.”


-이후 계속되는 트레이드를 통해 강한 팀을 꾸렸다. 초반에는 ‘선수를 판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나중에는 ‘박병호 트레이드’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2009년 메인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했다. 팬들이 일명 ‘흑역사’라 부르던 시기다. 모든 구단이 우리를 ‘마켓’으로 여기고 문의를 많이 해왔다. 속상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직접 트레이드에 관여하면서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때는 그래도 괜찮은 선수들을 얻었는데, 유독 이택근을 보낼 때만 즉시전력감을 받지 못해 가장 속이 쓰렸다. 그래도 나중에 결국 가장 원했던 박병호를 영입했고, 이택근과 송신영도 우리와 다시 인연이 닿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연을 맺은 LG와 나란히 가을잔치에 나가게 됐으니 기분 좋은 인연이기도 하다. 다만 이젠 다른 팀이 우리와 트레이드를 잘 안 하려고 한다.(웃음) 그래서 신인드래프트와 신고선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단주가 신인드래프트에 직접 나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관심이 많다. 기록도 당연히 보지만, 운동장에서 평소 행실이 어떤지도 중요하게 본다. 8월에 신인드래프트가 끝나면 한 시즌을 끝냈을 때만큼 진이 빠진다.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니까. 그렇지만 보람만큼은 최고다. 우리는 좋은 선수를 뽑는 데 주력하고, 그 선수를 기용하는 데 대한 결정은 염경엽 감독님께 맡기면 된다.”


-구단에 이 정도로 열정을 쏟는데도 ‘훗날 비싼 값에 팔기 위해 투자가 늘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서운하지는 않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있다.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내 손으로 붙였다. 전직이 의사인 사람이 다른 일을 하게 됐을 때 똑같이 의사처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M&A(기업인수합병) 경력이 있다고 해서, 나중에 구단을 되팔기 위해 이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제 나도 나이 50을 바라본다. 구단을 팔아 거액을 번다해도 그 돈으로 뭘 하겠나. 내게는 돈보다 이장석이라는 사람이 한국 스포츠산업 역사에 ‘좋은 구단주’, ‘좋은 경영인’으로 남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다. ‘히어로즈 대표’ 이후의 다른 직업은 없을 것 같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동아닷컴DB



-앞으로 프로야구단의 대표로서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있다면.

“구단이든, 선수든 ‘제값’을 받는 운동을 하고 싶다. 현대에서 히어로즈로 넘어온 첫 해에 운영비 190억원을 썼다. 전년도보다 40억원이 줄어들어들면서 베테랑 선수들이 연봉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 아직도 그 부분이 가장 후회가 된다. 지금은 다시 250억원 넘게 쓴다. 다른 구단은 더 많아서 300억, 400억 수준이다. 그런데 수익원은 야구장 입장료와 중계권료, 스폰서십, 기타 기념품 사업이 전부다. 그동안 너무 낮게 책정돼온 방송중계료부터 확실하게 제값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또 메이저리그는 운영비의 50%%가 입장료 수익이라는데, 우리는 올해 60억원을 벌고도 25%%가 채 안 된다. ‘자립’이 문제지, ‘흑자’를 바라고 구단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다른 구단은 그동안 모기업의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문제는 그게 끝이 보이지 않는 투자라는 점이다. 그동안 매년 수백억 원을 30년 넘게 투자해온 대기업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가. 그런데 앞으로 또 30년을 이런 식으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는 의미다. 프로야구단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엄청난 사업이다. 그러나 산업적으로는 아직 미진한 느낌이다.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그 자체가 비즈니스화돼야 한다.”


-넥센이 선수들의 몸값에 후한 구단으로 탈바꿈한 것도 그 일환인가. FA(프리에이전트) 이택근과 지난해 최우수선수 박병호에 대한 특급 대우가 화제였다.

“요즘은 우리 팀이 금액을 선도하는 일도 종종 있다. 신인들과도 가장 먼저 계약하고, 연봉 협상도 고과가 높은 선수들부터 시작한다. FA도 마찬가지다.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있지만, 떠날 마음을 먹었는데 열흘 더 기다린다고 달라지겠나. 정말 중요한 선수라면 보유하고 있을 때 감동을 주고, 붙잡을 수 있을 때 미리 붙잡아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기다렸던 포스트시즌이 마침내 시작된다.

“올해는 마음껏 즐기려고 한다. 내가 평소 거친 성격은 아닌데, 우리 경기를 볼 때는 흥분하고 욕설이 난무한다. 그래도 2008년, 2009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웃음)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는 하늘이 결정할 것 같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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