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정규시즌 애틀랜타전 성적과 ‘극과극’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이 열린 7일(한국시간) LA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이 이어졌다. 낮 최고 기온이 무려 섭씨 36도에 달해 소위 말하는 ‘인디언 서머’의 절정을 이뤘다. 평소 다저스타디움의 만원 관중은 약 5만3000명 수준이지만, 이날은 올 시즌 최다인 5만4646명의 대관중이 운집했다. 기자실도 미국 전역에서 몰려온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애틀랜타 원정에서 1승1패를 기록해 시리즈는 3전2선승제로 줄어든 셈이어서, 3차전 선발로 출격한 류현진(26·LA 다저스)의 어깨는 무거웠다. 다저스와 브레이브스 모두 루키 투수들에게 팀의 운명을 맡겼다. 정규시즌에서 류현진과 훌리오 테헤란(애틀랜타)은 나란히 14승8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을 펼친 사이다. 둘의 실력을 인정한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다저스와 브레이브스의 3차전 점수 합계를 6.5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난타전 끝에 다저스가 13-6으로 승리해 투수전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경기를 마친 후 류현진과 테헤란의 소감은 비슷했다.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말문을 연 류현진은 “3회초 수비 때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두 차례나 범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프로야구의 간판스타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날은 허둥대다 실수를 연발했고, 무엇보다 제구도 좋지 않았다. 2.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테헤란도 마찬가지다. 테헤란은 “너무 잘 해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실투가 잇따라 나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언히터블’의 대명사가 된 클레이튼 커쇼(다저스)도 신인 시절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뭇매를 맞았다. 2년차이던 2009년 포스트시즌에서 13.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14안타를 맞고 9실점했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정규시즌에서 류현진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12.2이닝 3실점으로 방어율 2.13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은 3이닝 동안 6안타를 내주며 4점이나 빼앗겼다. 직구와 체인지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 좋지 않은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이제 다저스는 남은 2경기 중 1승만 보태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다. 올해 가장 좋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였던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거울로 삼아 더 큰 무대에서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포스트시즌 선발승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명예회복의 기회는 남아있다.
다저스타디움|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