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7330] 이정란 “파리 골목길 걷듯 광화문 인근 산책”

입력 2013-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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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정란.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유학 시절 걷기운동으로 고된 심신 달래
귀국 후에도 일과 마치고 밤길 산책 즐겨
이어폰 빼고 천천히 걸으면 마음도 힐링

“조금 멀지만 함께 걸어가실까요?”

오케스트라 연습을 마치고 나온 첼리스트 이정란(30)은 “식사라도 하면서 인터뷰하자”며 자신의 단골 파스타 레스토랑로 기자를 안내했다. 큼직한 첼로 케이스를 번쩍 들고는 스타카토를 튀기듯 경쾌하게 앞서 걸어간다.

‘불꽃 튀는 기교를 왼손에, 거친 파도 같은 격정을 오른손에 나누어 쥔 첼리스트.’

첼리스트 이정란은 현재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가장 뜨거운 젊은 피 중의 한 명이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했고, 오디션을 거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대 첼로 부수석이 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솔리스트 활동, 대학 강의 등을 위해 하루를 48시간으로 쪼개 살고 있는 이정란은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인 콘서트를 연다. ‘첼로 에스테티카’라는 프로젝트로 벌써 세 번째 콘서트다.


● 고된 유학생활, 파리 골목길 걸으며 견뎌

이정란의 7330 추천운동은 산책. 그중에서도 꼬불꼬불한 골목길 산책이다.

이정란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다. 수업과 레슨, 연습이라는 쳇바퀴를 매일매일 돌아야 하는 유학생활은 때때로 숨이 막힐 만큼 답답했다. 연습에 지칠 때면 이정란은 악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향도 시간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파리는 살고 있는 동네라고 해도 모르는 길이 있을 정도로 골목이 많다. 무작정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또 걷다 미술관이 나오면 잠시 들러 그림을 보는 식이었다.”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이름을 딴 길을 걷고,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밑바닥을 내보이던 몸과 마음에 새로운 힘이 솟아올랐다.

유학시절에 재미를 들린 산책은 귀국 후에도 즐기는 운동이 됐다. 틈이 나면 주로 광화문 인근을 걷는다. 성곡미술관 뒤쪽의 아담한 숲길, 사직공원, 경희궁 등이 좋아하는 걷기코스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밤에 느긋하게 걷는 것을 좋아한단다.

에너지 소모가 큰 ‘빠르게 걷기’가 유행하고 있지만 이정란의 걷기는 반대다. 프레스토(매우 빠르게)가 아닌 아다지오(느리게)다. 되도록 천천히, 흘러가는 주변에 촘촘한 시선을 두며 걷는다. 걸을 때만큼은 이어폰도 귀에서 빼둔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걷는다.

이렇게 한참을 걷고 나면 ‘슬슬 다시 해볼까’하는 기분이 든다. 이정란은 “걷기의 진짜 매력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첼로 인 갤러리’ “산책하듯 와서 즐겨 주셨으면”

이정란의 야심찬 개인 프로젝트 ‘첼로에스테티카’의 최대 미덕은 단순한 첼로 레퍼토리만을 연주자가 묵묵히 연주하는 통상의 독주회 틀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번 ‘첼로 인 갤러리’에서 관객들은 영상에 비친 미술작품을 보며 이정란의 친절한 육성해설을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다.

이정란은 “미술관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꾸밀 것”이라고 했다. 파리와 광화문의 골목길을 걷듯 오밀조밀한 재미를 담았다.

“산책의 즐거움이 단조로운 유학생활에 활력소를 주었듯 이번 콘서트가 음악회장을 찾는 관객 여러분의 재충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걷는 기분으로 공연장에 와 주시면 좋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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