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짧지만 강렬했던 박병호의 가을야구
“아쉽네요, 정말. 슬프기도 하고.”
넥센 박병호(27·사진)가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눈물만 흐르지 않았을 뿐, 붉어진 얼굴 한 가득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났다. 넥센의 첫 가을잔치가 14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직후였다. 박병호는 상기된 표정으로 “정말 멋모르고 열심히만 한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고, 한 팀과 계속해서 경기하려다 보니 타석에서 생각도 많아졌던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최고의 4번타자답게, 박병호는 또 한번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0-3으로 뒤진 5차전 9회말 2사 1·2루서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두산의 집중견제를 뚫고 제 몫을 해냈기에 아쉬움은 더 짙었다. 박병호는 “지쳐서 다들 방망이가 잘 안 맞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동점포를 치는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안타까울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넥센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충분히 아름다운 가을의 패자였다. 박병호는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뭔가 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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