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뻔한 음악은 싫다…17년의 근사한 생존 고집

입력 2013-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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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17년째 활동중인 자우림은 국내 혼성밴드 중 멤버 변화 없이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는 최장수 그룹이다. 사진제공|사운드홀릭

■ 9집 ‘굿바이, 그리프’로 돌아온 자우림

‘안나’ ‘디어 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가볍다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도

김윤아 철저한 자기관리, 보컬 늘 향상
항상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앨범 작업


1997년 데뷔한 혼성밴드 자우림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전히 ‘생존’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밴드의 토양이 척박한 환경에서 17년이나, 그것도 멤버 변화 없이, 꾸준히 앨범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자우림이 생존의 가치로만 주목받는다면 너무나 억울할 일일 것이다. 자우림의 생존은, 근근이 목숨을 버티며 살아가는 ‘연명’이 아니라, 음악적 자아를 마음껏 펼치고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도 멋스러움을 잊지 않고 대중성도 놓치지 않는 ‘근사한 생존’이기 때문이다.

10일 발매된 9집 ‘굿바이, 그리프.’는 자우림의 기질과 본질을 명징하게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20년을 내다보는 밴드지만, ‘뻔한 음악’을 만들어놓고도 ‘일관된 색깔’이라 포장하기보다는, 새로운 실험으로 음악욕구을 풀어내고 있다.

자식을 버리는 어느 엄마를 보며 만든 ‘안나’, 자식의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를 살해한 어느 중학생 이야기에 모티브를 얻은 ‘디어 맘’ 등 9집을 여는 1,2번 트랙을 통해 부모의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메시지를 무겁게 던지면서도,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흘러가버린 청춘을 돌아보기도 하고, ‘무지개’를 통해 가벼운 콧노래도 흥얼거리게 한다.

또한 장대한 오케스트라(‘안나’), 가스펠 리듬(‘디어 맘’), 로큰롤 비트(‘님아’)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담고, 릴테이프로 녹음한 ‘님아’ ‘템페스트’ ‘아이 필 굿’에서는 아날로그의 질감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자신들의 생존을 영위하고 있다. 11곡 중 4분이 넘는 곡이 9곡이나 되고, 연주는 거의 생략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전주·간주·후주가 분명하며, 록 음악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깊이 있고 장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3집 이후 밴드로서 자신감도 생기고, 밴드의 매력에도 빠져 4집부터 8집까지는 비우고 덜어내는 작업이었는데, 이번에는 사운드를 밀도 있게 촘촘히 채우고자 했다. 1∼3집에선 자신감이 없어 이것저것 채워 넣었다면, 이번엔 (여러 시도를)다 해봤으니 대중이 듣기에 불편함이 없는 선에서 잘 채워보자 했다.”

뛰어난 발성과 기품 있는 목소리를 가진 김윤아는 이번 9집에서 역시 다재다능하고 ‘필’이 넘치는 가창으로, 곡마다 흡인력을 갖게 한다. 멤버들은 저마다 “끝을 모르는 가수다. 목소리는 나이가 들면 변할 텐데, 김윤아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이선규), “아시아 최고의 보컬리스트이면서, 곡도 잘 쓰는 작가”(구태훈) “자기관리가 철저해 어떨 땐 사이보그 같다”(김진만)며 김윤아의 보컬에 찬사를 보낸다.

“나는 타고난 보컬리스트가 아니”라는 김윤아는 “체력이 약해” 음주 가무를 전혀 하지 않고, 아침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철저함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이런 김윤아가 늘 자우림의 앨범 작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각자 작업해온 것을 잘 다듬어 조화시키는”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멤버들이 모두 한 작업실에 모여 수록곡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17년 호흡으로 설렁설렁 작업할 법도 하지만, 지휘자 역할을 맡는 김윤아가 녹음작업에서 멤버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주문도 하고, 잔소리하는 바람에 멤버들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작업은 고되고 치열했다.

“앨범을 만들고 나면 항상 ‘다시는 못 만들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녹음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앨범을 낼 때마다 ‘마지막’이란 심정마저도 든다. 이번엔 더 심했다. 그러나 ‘우리는 힘들었지만, 듣는 사람은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력이 매우 높았다.”

자기혹사를 마다치 않는 치열함. 자우림의 ‘생존의 법칙’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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