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기자들 “류현진, 신인왕 수상 어려울 듯”

입력 2013-10-24 09: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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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동아닷컴]

‘30경기 선발등판 192이닝 투구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코리언몬스터’류현진(26·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성적표이다.

류현진은 올 한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한미야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저스는 비록 올해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류현진의 선전으로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류현진은 또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투수 가운데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라는 기록과 함께 승리 투수가 되는 영예도 안았다.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고 신인왕도 받고 싶다”

이는 류현진이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밝힌 그의 시즌 목표였다. 류현진은 지난 8월 3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해 일찌감치 그의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 이제 남은 것은 ‘신인왕’수상 여부이다.

메이저리그 신인왕은 미국야구기자협회(Baseball Writers Association of America)에 소속된 기자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팀이 위치한 30개 도시에서 각 2명의 회원을 선출해 선거인단을 구성한다. 이렇게 선출된 60명의 기자 중 30명은 내셔널리그, 그리고 나머지 30명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뽑는다.

선거인단은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총 3명의 신인왕 후보를 투표용지에 적어낼 수 있는데 첫 번째 후보부터 5점-3점-1점 순으로 점수가 차등 부여된다. 그리고 이를 모두 합산해 최고점수를 받은 후보가 신인왕에 선정되는 방식이다.

신인왕 투표는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끝나는 9월 29일부터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10월 초 사이에 이뤄진다. 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신인왕 후보가 선전할 경우 다른 후보들과의 공정한 평가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데이빗 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 기자는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으로 호세 페르난데스(21) 마이애미 투수를 꼽았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벤 기자는 “스물 한 살이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페르난데스의 투구는 최고였다”고 호평했다.

그는 또 “속구를 주무기로 한 그의 호쾌한 투구도 인상적이지만 그가 기록한 올 시즌 평균자책점(2.19)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2위 기록이다. 페르난데스가 마이애미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그의 시즌 성적(12승 6패)보다 훨씬 더 많은 승수를 거뒀을 것”이라며 페르난데스의 신인왕 수상을 확신했다.

또 다른 MLB.com 기자인 산체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올 시즌 류현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류현진도 신인왕 자격이 충분하지만 이미 한국에서 뛰었던 그의 프로야구 경험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 자격은 이미 데뷔한 선수일지라도 9월 1일을 기준으로 타자의 경우 130타석, 투수의 경우 50이닝 이상을 던지지 않았으면 다음 연도에도 신인왕 후보 자격이 유효하다.

아울러 류현진처럼 이미 외국에서 프로 경험이 있는 선수에게도 후보 자격을 준다. 이런 규정 때문에 과거 일본프로야구(NPB)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1995)와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 그리고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2001)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신인왕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프로야구 출신인 사사키와 이치로가 잇달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하자 미국 내 일부 언론이 그들의 신인왕 자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미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한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신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지난 4월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쳤던 애리조나 투수 이안 케네디(현 샌디에이고) 또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이미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신인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는 당시 신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인왕 수상에 실패했다.

‘애리조나 스포츠라디오’에서 메이저리그 토크쇼를 진행하는 데이빗 존슨 박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만약 신인왕 수상에 실패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정규시즌 마지막 달이었던 9월 한 달간 승수 쌓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현진은 지난 9월 4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존슨 박사는 “류현진이 9월에 승수를 쌓아 지난해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세운 동양인 메이저리거 신인 최다승(16승) 기록을 경신했다면 그의 신인왕 수상은 거의 확정적이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미 종료된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신인왕 투표의 결과는 월드시리즈가 종료되는 오는 11월 초에 발표된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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