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신윤호 “사회인야구가 날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입력 2013-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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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현역으로 복귀해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SK 신윤호는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은퇴 후 사회인야구를 경험하면서 현역시절 느끼지 못했던 야구의 매력과 절실함을 깨달아 복귀를 결심했다. 스포츠동아DB

■ SK 은퇴 후 5년 만에 복귀한 신윤호

2008년 팔꿈치 부상에 자신 잃고 은퇴
사회인야구에서 선수로 뛰며 감각 유지
재미삼아 던져본 커브…‘새 구종’ 발견
SK 재입단과 동시에 마무리훈련 합류

“1군 마운드 올라 팀에 보탬되는게 목표”

SK의 마무리훈련에 합류한지 열흘이 흘렀다. 열 살 넘게 어린 후배들을 따라 달리다 보면 아직도 숨이 가쁘다. 마음이 앞설수록 뒤쳐지는 몸. 그래도 그는 행복하기만 하다. 꿈에 그리던 프로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은퇴 이후 5년 만에 복귀한 신윤호(38·SK) 이야기다.


● 팔꿈치 때문에 떠나야 했던 마운드

신윤호는 LG 소속이던 2001년 15승6패18세이브, 방어율 3.12로 전성기를 맞았다. 그 해 다승왕, 구원왕(32세이브포인트), 승률왕(0.714)을 거머쥐며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2008시즌 종료 후 SK에서 유니폼을 벗었다. 팔꿈치 부상을 이기지 못했다. “당시 나이가 33세였어요. 자신이 없더라고요. 수술 이후 재활하는 데 1년이 걸리고, 복귀하면 35세인데…. 팀에서 날 받아줄까 싶었죠.”

은퇴했지만,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였다. 사회인야구 레슨을 업으로 삼았다. 하루 종일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최대 2000여개의 공을 던지는 날도 있었다. “몸쪽, 바깥쪽 구석구석을 찌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구력이 잡혔어요. 물론 100%%로 던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몸에 감각이 좀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프로 때보다 제구력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 프로에서도 못 배운 걸 사회인야구에서 배웠다!

자연스럽게 사회인야구 선수로도 뛰었다. 신윤호가 활약하던 리그는 만 37세가 되면 선수 출신도 투수를 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도 마운드에 섰다. 프로야구 다승왕 출신의 공은 동호인들의 세계에선 난공불락의 성과 같았다. 시속 140km의 직구에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선수 출신이 아닌 동호인을 상대할 때는 바깥쪽으로만 공을 던졌다. 혹시라도 몸쪽 공을 못 피하면, 상대가 큰 부상을 당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원래 프로에선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는데,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커브를 재미삼아 던져봤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커브가 잘 먹히더라고요. 완급조절도 익힌 것 같고…. 어찌 보면, 프로에서도 못 배운 것을 사회인야구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프로에선 승부에 대한 강박을 가졌다면, 사회인야구에서는 그냥 즐겼으니까요….”


● 유니폼 입은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신윤호는 자신의 투구가 예전보다 더 성장했음을 느꼈다. 무엇보다 팔꿈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자신감이 생겼다. 늦었지만 꼭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던 찰나, 기회가 왔다. kt와 SK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고, 마침내 SK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 2008년 자신이 은퇴했던 바로 그 팀이었다. 10월 27일 입단과 동시에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 합류했다. SK 투수 중 그보다 연장자는 최영필(39)뿐이었다. 5년 만에 프로구단의 유니폼을 받아든 신윤호는 감격에 젖었다. “예전부터 선배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야구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가장 멋지고 행복한 거야.’ 그 땐 그 말의 뜻을 잘 몰랐어요.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저 역시 절실히 깨달았죠. 아직은 체력이 후배들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이렇게 땀 흘리는 시간이 즐겁기만 합니다.”

그는 “나에게 거창한 목표는 우습지 않냐?”고 했다. 1군 마운드에 서는 것과 팀에 보탬이 되는 것, 이 두 가지만 생각할 뿐이다. 그 목표를 위해 38세의 청춘은 겨우내 꿈을 던질 것이다. 2014시즌의 봄이 움틀 무렵, 과연 신윤호는 어떤 위상으로 마운드에 설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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