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타자 성공 땐 시장 축소 가능성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버블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2014 FA 시장은 이전까지 가장 많은 돈이 오간 2011년의 261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532억5000만원에 마감됐다.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팅 머니 280억원을 손에 쥐고 있던 한화, 10개 구단으로 확장된 리그 등 여러 이유가 작용했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이다. 야구계에선 “시장이 미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전 국가대표 외야수 이진영이 LG와 4년 34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올해 팀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한 이대형이 KIA와 4년 24억원에 사인했다.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진영과 이대형의 계약에는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팀의 21번째 선수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1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2015 FA 시장에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제10구단 kt가 뛰어들기 때문에 당분간 FA 몸값 폭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다른 분석도 있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20일 “내년부터 외국인선수가 3명으로 늘어난다. 미국 시장을 알아보니 50만 달러면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준수한 외야수를 구할 수 있다. 80만달러면 메이저리그 후보 선수도 데려올 수 있겠더라”며 “(용병 영입에) 최대 10억원이면 (FA 시장에서) 40억, 50억원이 필요한 전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내년 외국인타자 9명 중 절반만 성공해도 금세 외국인선수 영입 쪽으로 더 집중할 것으로 본다. FA 시장도 지금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외국인선수의 첫 해 연봉을 30만달러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사문화된 상태다.
‘큰 손’으로 꼽히는 삼성, LG, SK가 외부 FA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FA 몸값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이 ‘내부육성’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았고, SK도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점차 FA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이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