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선후배 문화 알게된 아가메즈의 적응력

입력 2013-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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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을 목욕탕에서 만나자 마자 씻지도 않고 후다닥 나왔다는 아가메즈. 2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안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어린 후배들에게 헤드락 걸고 선배에겐 깍듯

삼성화재 2군 운전수로 변신한 신진식 코치
스커트 바지 입은 흥국생명 “다리 짧아 보여”


NH농협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가 끝났다. 역대 가장 뜨거운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남자부 21경기 가운데 풀세트 접전이 5경기(24%)였다. 여자부는 17경기 가운데 6경기(35%)가 풀세트 경기였다. 남자부는 역대 1라운드 가운데 풀세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자부는 2009∼2010시즌 10경기에서 무려 7경기가 파이널까지 가는 기록을 세웠다. 듀스 경기도 많았다. 남자부는 무려 10경기, 16세트에서 듀스 접전이 벌어졌다. 여자는 6경기, 9세트의 듀스가 나왔다. 어느 누구도 상대를 쉽게 이기지 못하고 그날의 운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 2군 선수 운전수로 변신한 갈색폭격기

삼성화재 코치로 새롭게 출발한 신진식 전 홍익대 감독이 요즘 2군 선수들의 운전기사가 됐다.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용인훈련장에서 지도하고 신치용 감독의 호출이 있으면 이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1군 선수단에 합류시키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레전드가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이유에 대해 신 감독은 한마디로 얘기했다. “신 코치는 지금 우리 팀의 3번째 코치다. 2군 선수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3번째 코치가 해야 할 일이다.” 신 감독은 “내가 왜 그렇게 일을 시키는지 깊은 뜻을 신 코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끈끈한 결속력과 팀을 위한 충성심은 스승과 제자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감사에서 생기는 모양이다.


● 외모와 달리 지킬 것은 지키는 아가메즈

현대캐피탈 외국인선수 아가메즈는 외모 탓에 오해도 받지만 의외로 선수들과 친화력이 좋다. 한국의 운동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선후배 위계질서에 대해서는 철저하다고 현대캐피탈의 프런트가 귀띔했다. 자기보다 어린 후배는 가끔 군기도 잡으면서 헤드락을 걸 정도로 장난을 치지만 최태웅 권영민 여오현 등 자기보다 선배는 깍듯하게 모신다. 최근 아가메즈는 숙소에서 훈련 뒤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씻지도 않고 허겁지겁 나왔다. 이 모습을 본 프런트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단장이 지금 목욕을 하고 있다”며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들어가서 함께 목욕하지 왜 그러냐”고 하자 아가메즈는 “보스하고는 그런 곳에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윗사람에 대한 매너가 좋다고 한다.


● 기업은행 선수들이 단체로 귀걸이를 한 이유는

이번 시즌 화성 홈경기 때 기업은행 선수들의 귀를 유심히 보면 귀걸이가 눈에 띈다. 주장 이효희의 지시에 따라 홈경기 때만 선수들이 착용하고 나온다. 일종의 드레스코드다. 이 귀걸이는 이정철 감독이 KOVO컵 우승 뒤 선수단 전원에게 선물한 것이다. 7월 KOVO컵 우승 뒤 회식에 참가했던 자칭 후원회장이 “MVP는 상금이 있는데 왜 KOVO컵 우승감독에게는 상금을 주지 않느냐”며 즉석에서 300만원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돈을 받은 이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쓰기로 하고 모두에게 귀걸이를 사줬다. 8월부터 팀 훈련에 참가했던 외국인선수 올레나도 받았다. 올레나는 임신으로 중도퇴출 되면서도 그 귀걸이를 가지고 갔다. 새로 온 카리나에게는 이 감독이 다시 사줘야 했다. 이효희는 감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홈경기 때 반드시 귀걸이를 하고 경기에 나가도록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에 나올 때 장신구를 몸에 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경기에 지장을 주고 혹시 부상이 생길 수도 있기에 질색을 하지만 이효희의 뜻을 받아들여 홈경기 때만은 귀걸이 착용을 허용했다.


● 선수들은 대략 난감? 흥국생명의 스커트형 바지

흥국생명 선수들이 이번 시즌부터 스커트형 바지를 입고 V리그에 출전중이다. 유럽에서는 많은 팀들이 착용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효과가 커 인기가 좋다. 흥국생명도 팀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에서 새로 도입했다. 문제는 선수들과 우리 팬들의 반응. 서양 선수들의 체형과 다른 우리 선수들이 그 유니폼을 입자 하체가 더 짧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배구선수가 아니라 필드하키 선수 같다는 말도 팬들로부터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느끼는 편의성. 하체가 짧아 보여 스커트를 더 올리려고 해도 속바지가 짧아 너무 야해진다면서 선수들이 난감해 한다고.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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