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열린 ‘최나연 프로와 NH농협손해보험이 함께 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김학현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최나연에게 김장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김선기 평택시장과 최은숙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맨 오른쪽부터)이 이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평택|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경기도 평택서 봉사활동 참여 뜻깊은 하루
보육원 아이들에 컴퓨터 10대 깜짝 선물
조손가정 위해 김장 900포기 담가 전달
프로 데뷔 9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선행
최나연(26·SK텔레콤)이 골프장갑 대신 고무장갑을 끼고 ‘행복천사’로 변신했다.
1년 중 하루. 최나연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본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6일 최나연의 미소가 유난히 빛났다. 경기도 평택에서 따뜻한 하루를 보낸 아름다운 현장을 동행했다.
● 컴퓨터 선물하고 김장하고
오후 1시. 최나연이 평택시 이충동에 위치한 성육보육원을 찾았다. 4세부터 대학생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 작은 선물을 들고 왔다. ‘미디어 룸’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에는 최나연이 기증한 10대의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깜짝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나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다.
최나연의 얼굴이 환해졌다. 작은 선물을 받고 깡충깡충 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짧은 시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최나연은 차를 돌려 평택시청으로 향했다. 시청을 찾은 최나연은 김선기 평택시장을 만나 지역 내 조손가정 어린이를 돕기 위해 후원금을 전달했다. NH농협손해보험이 최나연의 선행에 동참했다. 25가구에 매월 10만원씩 1년 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시청 내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손수 김장을 담갔다. 최나연의 팬클럽 회원과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원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최나연이 직접 담근 김치 900포기는 조손가정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 “선행, 이제는 당연한 일”
최나연에게 선행은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승없이 시즌을 보냈고, 지난 5년 동안 이어온 상금 100만 달러 기록도 잇지 못했다. 주변에선 “성적도 안 좋은 데 굳이 올해도 기부를 해야 되느냐”라는 말도 나왔다. 최나연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말을 듣고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성적과 상관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여유가 된다면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은퇴하더라도 계속해서 하고 싶다.”
이런 따뜻한 마음 때문일까. 최나연은 ‘기부천사’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엔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이 됐다. 전국에서 197번째. 스포츠 스타로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김태균에 이어 3번째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 지도 벌써 9년째. 2004년 프로가 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온정을 함께 나누고 있다.
최나연은 “어느덧 9년이 됐다. 처음부터 여유가 있어 시작한 일이 아니다. 나에겐 당연한 일이 됐다. 이제는 하면 할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은 힘이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김장을 끝으로 최나연의 행복한 하루가 마무리됐다. 고무장갑을 벗는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나눔이 준 행복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안고 돌아갔다.
최나연은 28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2014시즌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올해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내년엔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어오르고 싶다.”
평택|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