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 “소외받았던 체육계의 아픔 보듬는 역할 하고 싶다”

입력 2013-12-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체육계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선 힘이 느껴졌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 체육계 비전을 말하다

500개 이상 단체 정밀 감사…예산 집행 살펴
비정상적 관행 통한 체육단체 사유화 막아야

선수만 돈 벌면 안돼…프로구단 자생력 절실
선진 마케팅 위한 스포츠산업진흥법 발의 중

잠실 돔구장 건설 필수…정부 지원 힘쓸 것
지자체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는 지원 불가

학원스포츠 주말리그 부작용 있지만 잘 정착
입시비리·뇌물 등 잡음은 제도적 방지 계획

학자로서 그 누구보다 현장과 가깝게 지냈다. 대학교수로서 이론을 체계화하기에 앞서 야구단 프런트를 거치는 등 남다른 경험도 쌓았다. 스포츠를 단순히 보고 즐기던 1990년대 초반, 스포츠를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을 지녔고,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52) 제2차관은 일찌감치 ‘스포츠산업 전도사’로 불렸다. 그가 정부의 부름을 받고 10월 25일 차관으로 임명됐을 때, 국내체육계가 큰 기대를 품은 것도 그가 걸어온 길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는 취임 2개월을 앞둔 김 차관을 만나 체육계 여러 현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체육 행정가로서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


-문체부에 몸담은 지, 이제 두 달이 가까워온다. 학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느낌은 어떠한가.

“그동안 쌓아온 나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영광스럽다. 취임 후 두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내 소관 담당 분야를 많이 이해하고, 많이 소통하는 데 노력했다.”


-6개월에 걸친 문체부의 대한체육회, 시도지부, 가맹경기단체에 대한 정밀감사가 이제 막 끝났다.

“500개 이상 단체를 감사했다.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타깃으로 한 감사는 아니었다. 정부가 하는 감사는 지원한 예산 한도 내에서 그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주로 보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룰을 따르는 민간단체다. 감사 결과가 미진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시스템적인 변화를 이루고, 그동안 보여온 비정상적인 모습이 정상화되는 차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야기한대로, 올해 문체부가 체육단체의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임원 연임 제한 등을 통해 경기단체의 사유화를 막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체육계의 특수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가 너무 개혁이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사를 해보니, 일부 시도지부의 경우 선수보다 임원 수가 더 많고,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가정집이 사무실로 등재된 곳도 있었다. 너무 장기집권해 폐해가 지적된 곳도 있다. 임원 연임 제한 등은 체육단체의 사유화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 비판도 들어 알고 있지만, 모범적으로 잘 하는 임원을 무조건적으로 그만두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20년을 해도 잘 한다면 좋은 것이다. 예외조항을 충분히 두고 있다.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도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정체육센터는 어떻게 보는가.

“공정체육센터는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체육회는 물론이고 프로, 장애인, 생활체육도 포괄할 수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분야별로 모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설치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의 공정체육센터 운영 상황을 보고, 내년에는 시스템을 잘 갖춘 포괄 기구의 설립도 필요하다.”


-최근 2차 스포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1차 때와 달리 중점을 둔 게 있다면?

“1차 정책은 스포츠기업에 중점을 두고 스포츠용품업체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번 2차 중장기 계획의 핵심은 소비 중심이다. 융복합 창조경제를 통해 신시장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이 그런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관광을 연계할 수도 있다. 참여와 관람 스포츠 활성화를 통한 소비 촉진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체육 기능으로만 보면 세계 5위권이지만, 스포츠산업을 키우는 능력에선 떨어져있다. 스포츠기업은 물론이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전반적 시스템 확립을 목표로 한다.”


-학계에 있을 때부터 스포츠산업을 통한 창조경제를 주창했다. 스포츠의 일자리 창출, 핵심은 무엇인가.

“창조경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IT 등과 융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예가 스크린골프다. 스크린골프는 2011년 기준 1조7000억원의 새 시장을 만들어냈고, 2만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스크린골프의 파급효과는 프로야구의 3.6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에서 스포츠에 공공으로 투자하는 예산이 1년에 약 8000억원 안팎이다. 공공스포츠클럽을 통해 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프로도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하다. 현재 프로에서 돈을 버는 것은 선수밖에 없다. 어느 구단이 돈을 버나? 선수 에이전트, 마케팅 에이전트 등을 아우르는 스포츠에이전트 제도가 확립돼야 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프로스포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현재 프로 종목의 상생 및 발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목별로 봤을 때도 절대다수 프로구단이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한다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야구를 통해, 축구를 통해 사회적 공익 차원에서 기업이 돈을 쓸 수도 있다. 모기업이 돈을 쓸 능력이 있고, 돈을 써 효과를 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구단 스스로는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프로야구 넥센 같은 경우는 새로운 모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로스포츠간 상생도 이런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프로팀을 창단 운영할 경우, 경비 지원이나 경기장 시설에 대한 장기임대가 가능토록 하는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현재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프로스포츠가 선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하리라 본다.”


-야구 종목으로 국한하면, 제대로 된 돔구장 건설을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다.

“교수 시절부터 난 하루빨리 돔구장이 건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해 잠실 쪽에 돔구장이 건설돼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돔구장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닌 문화공연·컨벤션·숙박시설이 어우러진 문화복합단지로서 가치가 크다. 가수 싸이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서울광장밖에 없다. 스포츠산업의 가치 창출 면에서 돔구장 건설은 필수적이다. 돈이 문제인데, 민간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프로스포츠도 중요하지만 아마추어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아마추어 인력의 은퇴 후 진로 등은 체육계의 오랜 관심사다.

“중요한 얘기다. 은퇴 후 생계가 어렵다는 국가대표도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이런 자원들의 재능을 사장시키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험을 살려 각 종목의 경기감독관 형식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던가, 분야별 생활스포츠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갖춰야 한다.”


-한국축구가 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는 국제대회 유치 등에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앞으로 국비지원 없이 다양한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할 것인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U-20 월드컵 유치는 기존 축구장 시설을 이용하면서 저비용으로 축구산업의 효율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줬다. 능력이 없는 협회나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는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성공 개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장애인아시안게임의 경우 예산 확보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의 경우, 대회 준비과정부터 너무 적은 국고를 요청한 탓이 크다. 우리 부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어느 정도 정상 개최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학원스포츠 주말리그는 어떻게 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의의는 이해하더라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학습권을 보장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주말리그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본다. 다만, 종목 특성상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주말에만 게임을 할 경우 일부 투수들만 혹사당할 수 있다. 대한야구협회와 정부 실무진이 주말리그가 가진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현재 강구하고 있다.”


-입시비리, 뇌물수수 등 학원스포츠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제도적으로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를 통해 각 학교가 강한 자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최근 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운동부 구조조정 등을 하는 현실에서 학원스포츠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체육행정가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그동안 학계에 있으면서도 체육계와 많은 인연을 쌓아왔다. 그래서 체육계에서 내게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그동안 소외받았던 체육계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학력=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1986년)∼스포츠경영학 석사(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1988년)∼스포츠경영학 박사(미국 뉴멕시코대·1991년) ▲주요 경력=수원대 사회체육학부 부교수(1995년 3월∼2005년 2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장, 예술·체육대학장(2005년 2월∼2013년 10월),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 마케팅전문위원(1998년 12월∼2002년 7월), 한국스포츠정보학회 상임이사(2001년 2월∼2007년 12월), 대한체육회 부위원장(2001년 9월∼2004년 12월), 아시아스포츠산업협회장(2009년 1월∼2013년 10월),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부회장(2011년 1월∼2013년 10월),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2011년 6월∼2013년 10월) ▲상훈=국무총리 표창장(2004년) ▲저서=김종 칼럼집 프로스포츠 경영전략(2003년), 스포츠비지니스 3.0(2012년), 스포츠는 돈이다(2012년)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