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큰 손’ 롯데의 두 얼굴

입력 2013-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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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주력 선수들 연봉협상 진동

“4강 가면 개인성적 탓·올핸 팀성적 탓
FA선수들과 비교해 너무 야박한 대우”

구단 “5위 고통분담…총액삭감 불가피”
김시진 감독 “미계약 선수는 전훈 제외”


롯데는 24일까지 단 한 건의 연봉 재계약도 발표하지 않았다. 두산, 넥센 등 연봉협상을 거의 다 마무리한 팀들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된다. 사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연봉협상을 속전속결로 끝내왔다. 내부적으로는 66%의 계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발표를 미루고 있는 속사정은 진짜 중요한 주력 선수들과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롯데의 연봉책정원칙과 전훈합류원칙이 달라진 것도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강민호를 4년간 ‘75억원+알파(α)’에 주저앉히고, 최준석을 4년간 35억원에 데려오면서 이번 스토브리그의 ‘큰 손’으로 등장했던 롯데가 나머지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이라는 두 번째 숙제 앞에선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 술렁이는 선수단

롯데 선수단 내에선 “이번에는 연봉조정신청 대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만약 현실화되면 2011년 1월 이대호(현 소프트뱅크) 이후 처음이 된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선수들의 ‘피해의식’이다. 한마디로 ‘타 구단의 비슷한 연차나 수준의 선수에 비해 그동안 보상을 못 받았다’는 섭섭함이다. “팀이 4강에 가면 개인성적을 지적하더니, 이젠 팀 성적을 명분으로 지갑을 닫는다”는 불만도 있다. 롯데는 주력 선수들과의 협상은 뒤로 미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구단의 전화를 안 받는 선수가 있다”, “구단에서 만나자고 해도 고사하는 선수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중간급 선수부터 구단 처우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기류다. 향후 주력급 선수들로 올라가면 협상이 더 험난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 단호한 프런트

롯데의 연봉협상 담당 실무자는 이에 대해 협상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자세를 밝혔다. “팀 순위에 따라 연봉총액이 결정되는데, 올해는 5위를 했다. 총액에서 소폭삭감이 불가피하다. 성적이 안 났다는 것은 팀 전체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치 연봉도 전액 동결할 방침이다. 프런트 상여금도 올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롯데가 다른 구단들에 비해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우리가 비교도 안 하고 연봉을 책정하겠는가? 선수들은 잘할 때가 있지만 못할 때도 있는데, 못할 때 롯데는 상대적으로 거의 깎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나마 이런 기조도 바뀌어 이번 연봉협상부터는 신상필벌이 강화된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대폭 삭감자가 나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민호, 최준석 등 프리에이전트(FA)에게 거액을 준 데 비해 야박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FA는 일종의 혜택이다. 지금 선수들도 언젠간 FA가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일축했다. FA와 연봉협상은 별개라는 관점이다.


● 김시진 감독 “미계약자는 캠프에 안 데려간다”

이 와중에 또 하나의 변수는 롯데 김시진 감독이 “미계약 선수는 해외전훈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점이다. 김 감독은 “계약이 안 된 선수를 데려간들 훈련이 되겠느냐? 넥센 감독 시절부터 내 원칙”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구단과 선수 중 어느 한 편을 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스프링캠프의 집중도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롯데의 스프링캠프 출발 예정일은 내년 1월 15일이다. 주력 선수 상당수는 아직 첫 만남조차 갖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가 2014시즌 대반격을 향한 출항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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