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휴스턴 문찬종 “시련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입력 2013-12-31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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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찬종(휴스턴). 동아닷컴DB

[동아닷컴]

2013년 현재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 소속된 한국인 선수는 모두 10명. 강경덕(25·볼티모어 외야수), 김선기(22·시애틀 투수), 김성민(20·오클랜드 포수), 문찬종(22·휴스턴 유격수), 신진호(22·캔자스시티 포수), 윤정현(19·볼티모어 투수), 이학주(23·탬파베이 유격수), 이대은(25·시카고 컵스 투수), 최지만(22·시애틀 1루수), 하재훈(23·시카고 컵스 외야수)이 바로 그들이다.

이 가운데 문찬종은 아시아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꿈꾸고 있다. 스위치 타자는 물론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할 정도로 재주가 많기 때문이다. 문찬종은 또 미국 진출 첫 해부터 팀에서 ‘그린라이트’를 부여 받았을 만큼 발도 빠르고 주루센스도 좋다.

이학주(23·탬파베이)의 고교(충암고) 1년 후배인 문찬종은 지난 2010년 휴스턴에 입단했다. 이후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문찬종은 올해 싱글 A 하이에서 시즌을 시작해 더블 A까지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가로막는 암초가 등장했다. 휴스턴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영입한 카를로스 코레아(19)를 문찬종보다 먼저 승격시켰던 것. 코레아는 계약금 480만 달러(약 51억 원)을 받고 입단한 대형신인으로 문찬종과 같은 유격수였다.

문찬종 역시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를 우선시 하는 메이저리그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그 일을 겪게되자 감내하기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 코레아에 밀려 싱글 A 쇼트 시즌에 머물게 된 문찬종은 의욕을 상실했고 한 때 야구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올 초 메이저리그 입성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된 선배 이학주가 직접 자신을 찾아와 격려해 주자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잠시 방황한 탓에 3할을 넘던 시즌 타율은 0.263로 내려갔지만 팀원들과 함께 싱글 A 쇼트 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리그 올스타에도 뽑혔다.

문찬종은 현재 국내에서 개인운동을 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시련을 겪어봤기에 여느 해 겨울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문찬종을 동아닷컴이 최근 전화 인터뷰 했다.

다음은 문찬종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올해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하는 바람에 예년과 달리 약 한 달 정도 더 늦은 11월 초에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미국진출 동기들(최지만, 김선기, 나경민)을 한 차례 만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운동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목소리가 잠이 덜 깬 것 같다. 너무 일찍 전화한 것 아닌가?

“아니다. 원래 이 맘 때(오전 9시) 일어난다. 그런데 어제는 새벽 늦게까지 스윙연습을 하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 인터뷰가 끝나면 아침을 먹고 또 운동하러 가야 된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올 초 야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그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력으로 어필할 수 밖에 없다. 잠시 방황은 했지만 (이)학주 형이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찾아와서 격려해 준 덕에 많은 것을 느끼고 마음을 되잡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야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고나 할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과거 미국에 오기 전에 최희섭(KIA) 선배가 해준 말이 있다. ‘죽어도 미국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도전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잊고 지낸 것 같다. 이번 시련을 통해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야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초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 그 뒤 선린중학교와 충암고를 거쳐 지난 2010년 미국에 진출했다.”

-포지션이 유격수인데 야구를 시작하고 줄곧 내야수로만 뛰었나?

“그렇다. 지금도 시즌 중에 필요하면 2루와 3루 그리고 1루도 맡는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면 내야 어디에 가든지 수비만큼은 항상 자신 있다.”

문찬종(휴스턴). 동아닷컴DB


-스위치타자로 알고 있다. 아마추어 때부터 그랬나?

“초등학교 때 스위치타자로 출발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줄곧 좌타자로만 뛰었다. 그러다 미국에 건너간 후 우연한 기회에 우타자로 연습을 했는데 그것을 본 타격코치가 적극적으로 권유해 2011년부터 다시 스위치타자가 됐다.”

-스위치타자의 장단점을 꼽자면?

“우선 양손으로 모두 타격연습을 해야 하니 남보다 훈련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타격슬럼프가 왔을 때 남들보다 탈출구가 하나 더 있다는 장점도 있고 아울러 상대투수의 위치에 따라 좌우 모든 타석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편한가?

“오랜 시간 좌타자로 뛰었기 때문에 좌타석이 더 편하다. 하지만 잘 맞을 때는 우타석도 좌타석 못지 않게 편하고 좋다. 생각해 보니 잘 맞는 타석이 더 편하고 좋은 것 같다. 하하.”

-코칭스태프의 사인 없이 단독으로 도루 할 수 있는 그린라이트를 받았는데도 올 시즌 도루가 12개뿐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13번 뛰어서 12번 성공했으니 성공률은 높은 것 아닌가? 하하. 사실 도루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성격이 좀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그런 것 같다. 팀 동료들 중 남미선수들은 자기 기록만 생각해서 진루하면 무조건 뛴다. 그런데 팀의 승패가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뛰다가 아웃이 되면 덕아웃 분위기가 한 순간에 가라 앉는다. 그런 장면을 자주 봐서 그런지 나는 진루하면 개인기록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좀 더 과감하게 개인기록을 신경 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토론토의 유격수 호세 레이예스를 정말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유격수는 타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공격과 수비는 물론 주력도 좋다. 한 마디로 공수자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다.”

-레이예스처럼 화려한 스타가 되고 싶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모두가 다 스타가 될 순 없지 않은가? 특히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화려한 스타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은 조연 역시 필요하다. 스타가 되기 보다는 팀 전력에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는 만능선수,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아직 아시아 선수 중 빅리그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나오지 않은 걸로 안다. 아시아 최초의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돼 오랜 시간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

-미국진출 동기인 최지만(시애틀)은 벌써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진입했다. 친구이지만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같은 해에 미국에 왔는데 지만이는 벌써 메이저리그에 근접해 있다.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됐다. 안 그래도 지난 달에 귀국해서 미국진출 동기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야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우리가 도착해야 할 목적지(빅리그)는 같다.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그곳에 도착해 동기들과 함께 빅리그에서 웃으며 경기하는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즌 초에 시련을 겪었을 때 선배인 이학주 선수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렇다. 학주 형도 당시 메이저리그 진입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부상을 당해 상심이 컸을 텐데 후배인 나를 위해 목발을 짚고 찾아왔더라. 처음엔 둘 다 서로의 처지가 답답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정적만 흘렀다. 하지만 식사 후에 학주 형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마음을 되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학주 형한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고맙게 생각한다. 야구도 잘하고 배려심도 깊은 멋진 선배이다.”

-스스로 자신의 장단점을 꼽자면?

“코칭스태프들이 “너는 스위치 타자에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팀에서 쫓겨날 위험은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 점을 좀 더 극대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단점은 타격이다. 내년에는 기필코 적어도 3할 언저리는 칠 생각이며 도루도 과감하게 할 생각이다.”
-언제쯤 문찬종을 빅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어렸을 땐 나도 몇 년 후엔 빅리그에 가겠다는 등 나름 계획을 세웠는데 직접 부딪혀 보니 그게 아니더라. 실례로 현재 휴스턴의 주전 2루수인 호세 알투베(23)와는 지난 2010년 싱글 A에서 같이 뛰었다. 나보다 한 살 많긴 하지만 그 친구는 벌써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올스타까지 경험했다. 처음엔 그를 보면서 한 없이 부러웠고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마다 기회가 오는 시기가 다 다른 것 같더라. 그를 보고 부러워할 시간에 차라리 스윙연습 한 번 더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나에게도 분명 기회가 올 것이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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