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박스] 서양 누드화 속 헐벗은 여인들의 속사정

입력 2014-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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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파스칼 보나푸 지음|심영아 옮김|이봄 펴냄)

어? 관음증 환자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선정적이고 야한 ‘거시기’? 미안하지만(?) 그런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다. 이 책은 서양미술의 주요 테마인 ‘누드화’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그림은 누드화다. 우리가 그동안 직접적인 말로 꺼내지 않고 에둘러서 이야기 했던, 점잖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다간 ‘무례한 사람’이라는 오명을 각오해야 했던 주제가 바로 누드화다.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보나푸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체로 많은 문학상을 받은 파리8대학의 교수다. 처음엔 ‘자화상’이라는 고상한 주제를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예순을 넘기고 서양미술사의 오랜 주제인 누드화에 천착했다. 그는 기존의 미술평론가들이 주로 해왔던 관조적인 입장의 서술에서 벗어나 그림 속의 그녀들에게도 ‘마이크’를 넘긴다. 그래서 이 책의 화자는 두 사람이다. 남자 미술사학자인 저자와 그림 속의 그녀들이 그들이다. 특히 그림 속 ‘벗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남자 미술사학자의 입을 통해 나오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처럼 여인들의 속마음을 잘 이해할까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드화를 넘어 여성을 이해하는 심리서로도 손색 없다. 누드화를 보고 있노라면 “욕망이야말로 그림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여인, 그림 그리고 욕망의 트라이앵글을 관통할 수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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