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때 브라주카 못 쓴다고?

입력 2014-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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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공인구 논란

●홍명보호 공인구 적응 어떡해

조추첨 후 FIFA서 브라주카 20개 받았지만
축구협회, 후원사 나이키볼 사용 조항 암초
13일부터 브라질 전훈…사용 여부 불투명

●축구협회는 괜찮다?

2012년 재계약때 옵션 안전장치 마련 못해
공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선수들 혼란 우려
황보관위원장 “개막 한달전부터 써도 충분”

홍명보호가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때 브라주카(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명칭)를 쓸 수 있을까.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8일 나이키 담당자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고 7일 밝혔다.

대표팀은 13일부터 3주간에 걸쳐 브라질-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작년 12월7일 월드컵 조 추첨 행사가 끝나고 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아디다스 제품인 브라주카를 20개 받았다. 전지훈련부터 브라주카를 써야 선수들이 새 공인구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 후원사는 나이키다. 2012년 1월에 8년간 계약했다. 축구협회와 나이키의 후원 계약에는 월드컵 개막 일정기간 전까지 나이키 제품을 사용해야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대표팀이 이번 전훈 때 브라주카를 쓰려면 나이키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한다. 이에 대해 나이키 홍보팀 관계자는 “대표팀이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계약대로 전훈 때 나이키 공을 쓰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축구협회가 요청하면 얼마든지 양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 이야기(축구협회가 요청하면 나이키가 양해하겠다는)가 나이키 공식입장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당연히 브라주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지만 100%% 장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1월 평가전 때 브라주카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쟁점이다.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코스타리카, 30일 멕시코, 2월2일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코스타리카전은 축구협회 주최고, 멕시코와 미국전은 상대 축구협회 주최다. A매치는 주최측에서 정하는 공을 사용한다. 멕시코는 아디다스 후원을 받고 있어 브라주카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다. 반면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후원사가 나이키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미국전은 미국 결정을 따라야 한다. 미국은 나이키 볼을 사용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코스타리카전이라도 브라주카를 쓸 수 있도록 나이키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대목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도 축구협회 후원사는 똑같이 나이키였고, 공인구는 아디다스의 자블라니였다. 대표팀은 2010년 1월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부터 월드컵 직전 평가전까지 자블라니를 쭉 썼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 때는 한국경기 일부가 고지대에서 열렸고, 자블라니 탄성이 워낙 좋아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나이키에 빨리 양해를 구했다. 또 남아공월드컵 전에 열린 평가전이 모두 우리 주최라 역시 나이키 허락 하에 자블라니를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4년 전 상황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때는 자블라니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나이키 양해를 빨리 구했고, 모든 평가전을 우리가 주최하면서 이런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다. 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2012년 재계약 시점에 옵션조항 등으로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협회와 후원 계약을 맺을 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나이키 입장이었다. 협회 요구만 계속 주장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결국 홍명보호는 남아공월드컵과 달리 브라주카와 나이키 공을 번갈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선수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월드컵 한 달 전부터 브라주카를 써도 적응은 충분하다. 그 전에는 큰 문제가 안 된다. 홍명보 감독도 비슷한 생각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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