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

입력 2014-01-08 14: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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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 T100, 에이서 아이코니아 W4, 레노버 믹스2 등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윈도8.1 태블릿PC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베이트레일(Bay Trail)’을 탑재한 것. 베이트레일은 인텔에게 뜻 깊은 제품이다. 지지부진했던 그 동안의 모바일 전략을 만회하고, PC 기업에서 모바일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첨병이다.

저전력, 저발열에 초점

베이트레일은 태생이 모바일 프로세서다. 저전력, 저발열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22나노 실버몬트 공정을 채택해, 32나노 솔트웰 공정으로 제작한 기존 아톰 프로세서보다 전력은 적게 소모하며 성능은 더 뛰어나다. 전력 소모가 줄어든 만큼 발열도 함께 줄었다. 인텔의 주력 프로세서인 코어 i 시리즈와 아톰의 공정이 같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이 어떤 각오로 베이트레일에 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인텔은 베이트레일의 *SDP는 2W 내외라고 밝혔지만, 시네벤치 등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력 소모를 측정하면 실제로는 평균 2.5W 내외로 나타난다. 그렇다 해도 많이 줄인 거다. 경쟁 모바일 아키텍처인 ARMv7, ARMv8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 거니까.

*SDP(Scenario Design Point)란? 올해 초 인텔이 기존에 사용하던 전력 측정 방식 열전력설계(TDP)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고안해낸 전력 측정 방법. 웹 서핑, 동영상 감상 등 사용자가 일반적인 형태로 모바일 기기로 사용할 때 전력소모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TDP의 40~50% 정도로 측정된다. ARM 계열 모바일 프로세서는 예전부터 TDP 대신 SDP에 가까운 방식으로 전력 소모를 측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윈도8.1 태블릿PC(T100, W4, 믹스2, 베뉴 등)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배터리 사용시간이 비슷하다. 평균 8~1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윈도8.1 태블릿PC도 비로소 모바일 기기에 어울리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갖추게 됐다.


프로세서 성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베이트레일은 '인텔 코어2듀오 1세대(콘로)' 상위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 얼마 전 출시된 아이비브릿지 기반 펜티엄 2020M보다 성능이 오히려 뛰어나다. 모바일 프로세서가 PC용 프로세서의 성능을 점점 따라잡고 있는 셈이다.

하드웨어 구조는 인텔의 최신 PC용 프로세서 '하스웰'과 유사하다. 2개의 코어가 1MB의 L2캐시(CPU가 RAM 접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대기시켜두는 메모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LPDDR3(저전력 메모리) 콘트롤러를 내장해 최대 3GB의 메모리(RAM)를 탑재할 수 있다.


또, 64비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된 점이 눈에 띈다. 물론 현재 베이트레일은 64비트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메모리도 3GB까지만 지원한다. 64비트 아키텍처는 내년 모바일 프로세서 업계의 화두로 떠오를 64비트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때문에 현재 시중의 윈도8.1 태블릿PC는 32비트 운영체제를 품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서 대체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건데"라는 의문이 생길 거다. 이해하기 쉽게 벤치마크 앱 '기크벤치(Geekbench3)'를 활용해 애플 A7, 퀄컴 스냅드래곤800 등 타사의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와 성능을 비교해보자.

베이트레일 Z3770 단일코어: 965 총합: 3,074
애플 A7 단일코어: 1465 총합: 2643
퀄컴 스냅드래곤800 단일코어: 864 총합: 2557

단일코어는 프로세서 내부 개별 코어 하나의 성능을 뜻하고, 총합은 모든 코어의 성능을 합친 결과다. 일단 베이트레일의 성능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10.1(2014)에 내장된 퀄컴 스냅드래곤800을 압도한다. 개별코어의 성능도 더 뛰어나고 총합도 상당히 차이난다.

애플 A7과 비교할 경우 개별코어의 성능은 상당히 뒤떨어진다. A7이 ARM의 최신 아키텍처 ARMv8으로 설계된데다, 64비트 연산을 제대로 지원하기 때문이다(기크벤치3는 64비트 전환에 따른 성능 상승폭을 감지할 수 있다. 이번 벤치마크에 기크벤치3를 사용한 이유다).

대신 총합은 베이트레일이 A7 보다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A7은 듀얼코어 프로세서고 베이트레일 Z3770은 쿼드코어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운영체제가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론 베이트레일이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당연히(?) 윈도8.1은 쿼드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운영체제다.

인텔 HD 그래픽스를 품다

기존 아톰 프로세서는 영국 이매지네이션사가 제작한 파워VR 모바일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파워VR은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 퍼포먼스도 상당히 뛰어났지만, 인텔이 직접 드라이버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일부 PC게임을 실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텔은 자사의 7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베이트레일에 적용했다. ‘베이트레일 그래픽스’라고 이름 붙인 이 통합 그래픽 프로세서는, 3세대 인텔 코어 i 프로세서 아이비브릿지에 내장된 인텔 HD4000을 모바일 프로세서에 걸맞게 손본 제품이다. HD4000과 완벽히 동일한 그래픽 프로세서는 아니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프로세싱 유닛을 많이 쳐냈다. 때문에 실 성능은 인텔 HD3000과 비슷하다.

“게임 어느 정도까지 실행할 수 있어요?”가 사용자들의 질문이다. 슬프게도 최근 출시된 PC용 패키지 게임은 실행하기 힘들다.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만 즐길 수 있는 수준. 그럼에도 베이트레일 그래픽스는 다이렉트X 11과 Open GL ES 3.0(둘 다 3D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API 도구다)을 지원한다. 최근 윈도8.1 스토어에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스마트폰, 태블릿PC용으로 제작된 게임)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다. 헤일로 스파르탄 어썰트 등 최신 모바일 게임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대신 베이트레일 그래픽스의 진가는 다른 곳에 있다. 내장된 DSP(디지털신호가속기)와 함께 동영상 재생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아톰 프로세서는 풀HD 해상도 MKV, AVI 동영상을 제대로 재생할 수 없었지만, 베이트레일은 정상 재생할 수 있다. H.264, MPEG 등 상용 코덱을 지원하며, 차세대 동영상 코덱 HEVC(H.265) 역시 표준이 확정되는 데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화면 출력 해상도 역시 풀HD(1,920x1,080)에서 2,560x1,600으로 확장됐다. 국내에 출시된 윈도8.1 태블릿PC의 해상도는 1,280x800인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얼마 전 샤프는 일본에 2,560X1,440 해상도의 윈도8.1 태블릿PC를 출시하기도 했다. 베이트레일 그래픽스의 그래픽 표현능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HDMI를 통한 외부 출력은 풀HD까지 지원한다.


LTE 지원은 기본

태블릿PC는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그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와이파이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LTE도 지원해야 한다. 인텔은 이를 위해 베이트레일에 LTE 통신칩셋 XMM7160을 포함시켰다. 현재 시중에 나온 베이트레일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고, 2014년 초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곧 윈도8.1 태블릿PC도 데이터 나눠쓰기를 통해 LTE에 연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XMM7160은 3G도 지원한다. LTE망이 완벽히 깔리지 않은 장소에선 3G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또, LTE cat4를 지원하기에 광대역 LTE와 LTE-A(밴드가 맞는 경우 한정)에 연결할 수도 있다.

언제쯤 만날 수 있나?

현재 시중에 풀린 베이트레일 태블릿PC는 T100, W4, 믹스2 등 세 가지다. 아쉽게도 델 베뉴는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내년 초에는 더욱 다양한 베이트레일 태블릿PC, 2-in-1 PC, 노트북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미 일본에선 소니, 파니소닉, 샤프가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LG전자가 베이트레일을 내장한 2-in-1 PC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트레일을 내장한 제품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HD급 해상도를 갖춘 제품을 40만~60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프로세서와 운영체제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기 때문.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유사한 가격이다. 특히 태블릿PC, 2-in-1 PC는 MS 오피스 2013 홈스튜던트 버전을 함께 제공한다(일부 제품 제외). 괜찮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MS 오피스를 앞장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안드로이드도 지원

‘인텔 프로세서 = 윈도’라는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베이트레일은 윈도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지원한다. 인텔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ARM 모바일 프로세서와 아키텍처가 달라 앱이 실행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도구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할 경우 다이렉트X11을 사용할 수 없고(MS의 API 도구이기 때문), Open GL ES도 2.0 버전까지만 지원한다. 게임을 실행할 때 아무래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인텔의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한 국내 매체가 구글의 차세대 넥서스7은 ARM 프로세서 대신 베이트레일을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파장이 매우 클 전망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64비트 아키텍처로 ARMv8 대신 실버몬트를 선택했다는 의미니까.

애플이 A7과 iOS7을 선보임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도 64비트 전환이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 역시 64비트 전환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연히 기존에 사용한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64비트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글이 인텔의 손을 들어준다면,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해온 ARM 아키텍처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베이트레일 또는 차세대 아톰을 내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차세대 넥서스7에 베이트레일이 탑재되는 것이 사실일 경우에 한해서다. 해당 보도에 구글, 인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함구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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