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조재영, 제2의 한선수 꿈꾼다

입력 2014-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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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인 세터 조재영(오른쪽)이 7일 V리그 남자부 러시앤캐시와 3라운드 경기에서 신예답지 않는 기량을 뽐냈다. 후반기 대한항공의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4위 추락의 원인은 ‘세터의 부진’
황동일·백광언, 공익 한선수 공백 못 메워
김종민감독, 조재영 카드로 전화위복 노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세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주전 한선수의 공백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났다. 우승을 위해 데려온 외국인 선수 마이클도 고생이 많다. 기량으로 본다면 레오(삼성화재) 아가메즈(현대캐피탈)에 뒤지지 않지만 자신에게 올라오는 공이 들쭉날쭉해 애를 먹고 있다. 어지간한 정신력의 선수라면 벌써 자포자기했거나 동료들과 불화가 벌어졌겠지만 마이클은 달랐다. 싫은 기색 없이 모든 공에 최선을 다했다.

김종민 감독도 마이클과 짝을 이룰 최고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세터 황동일과 백광언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답이 없었다. 벌써 3라운드 후반. 7일 현재 팀 성적은 7승9패 승점 23으로 4위다. 3위 우리카드와 승점 6차다. 아직 4,5라운드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뒤처지면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3위와 승점 3점 이내를 유지해야 단판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한때 우승을 노렸던 팀으로서는 속상한 일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전술을 짜야 한다. 7일 러시앤캐시와 경기는 그런 면에서 중요했다. 요즘 한창 기세가 오른 팀을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세트를 따내고 역전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루키 세터 조재영이 있었다. 1세트 백광언이 흔들리자 투입된 조재영은 감독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다양한 공격루트로 신영수와 진상헌, 곽승석의 공격을 살렸다. 중요한 마이클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김 감독은 “그 정도면 준비는 된 듯하다. 그동안 백토스에 문제가 있어 경기에 자주 내보내지 못했지만 야간연습을 많이 하면서 약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조재영에게는 백토스의 성공여부가 중요했다. 라이트 마이클에게 올려주는 공이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냐가 대한항공의 주전세터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황동일 백광언과의 경쟁에서 한 발 뒤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빠른 B퀵을 가지고 있고, 신장(195cm)도 좋아 블로킹에서 강점도 있는 조재영이다. 단지 백토스로 올려주는 공이 정확하지 못해 기회가 없었지만 7일 러시앤캐시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격이 다양해지니까 활용도 면에서 장점이 있다. 이제는 팀이 궤도에 올라야 할 때다. 우리로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다. 조재영의 출전도 그런 시도 가운데 하나다. 남은 게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김종민 감독)

6년 전 대한항공은 시즌 막판인 6라운드에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주전세터 김영래와 김영석을 데리고 있었지만 이들이 갑자기 부상을 당했다. 대타로 등장한 것이 루키 한선수였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한선수는 2008년 2월28일 상무와 6라운드에서 처음 스타팅으로 나왔다. 그날 이후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주전세터가 됐고, 6년의 시간이 지났다. 5억원의 최고연봉을 받는 FA선수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변신한 한선수는 지금 부진한 팀 성적에 미안해하며 오산의 어느 군부대에서 PX병으로 있다.

송지고-홍익대 출신으로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조재영이 과연 한선수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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