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AFE]이수광 총재 “은밀하게, 치밀하게…전 세계에 독도 알리고자 펜 들었다”

입력 2014-01-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단법인 독도중앙연맹 이수광 총재는 최근 ‘섬 799 805’를 펴냈다. 이 책은 일본에 맞서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강인한 우리 선조들의 당당했던 족적을 기록한 역사소설이다. 이 총재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독도 수호 문화운동의 깃발을 올렸다. 스포츠동아DB

■ 소설 ‘섬 799 805’ 펴낸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이수광 총재

독도 지킨 우리 선조들 족적 기록한 소설
지나친 클로즈업 금물…장기적인 외교전
내 돈으로 출판…수익금 전액 독도에 쓸것
입으로만 ‘우리땅’하지 말고 알아야 지킨다


“소설 ‘섬 799 805’는 독도를 수호하기 위한 일종의 문화운동입니다. 또 다른 형태의 독도수호운동인 셈입니다. 독도는 입으로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목소리만 높인다고 우리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역사자료의 축적과 발굴 그리고 국민들의 무한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정한 힘은 정신에서 나오고 그 정신은 역사에 의해 단련됩니다. 우리 것을 지키려면 우리 것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고 ‘준비된 자’만이 승자가 되어 독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사뭇 비장했다. 고희를 넘긴 어르신의 목소리는 동해의 거친 파도처럼 칼칼했다. ‘독도’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얼굴이 상기됐다. 사단법인 자연보호중앙연맹 이수광 총재. 독도 명예특별시장이자 독도중앙연맹 총재이기도 한 이 총재가 두툼한 소설 한 권을 들고 다시 독도 앞바다 풍랑 앞에 섰다. ‘섬 799 805’가 그것이다. 개정판 형식을 띠고 있지만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선보인 책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이 총재를 만난 날은 북극한파에 칼바람마저 세차게 불었다. 독도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 했다.

이 총재는 어떤 동기로 소설 ‘섬 799 805’를 집필하게 됐을까.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정치인들의 역사망언과 극우세력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945년 패전선언 후에도 그들은 야욕을 꺾지 않고 되레 역사 왜곡이라는 교묘한 술책으로 전 세계를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습니다. 전 세계가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있습니다. 20세기 초 우리나라를 짓밟고 울릉도와 독도를 경제적인 침탈을 목적으로 망가뜨린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섬 799 805’는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강인한 우리 선조들의 당당했던 족적을 기록한 소설이다. 방대한 자료와 검증을 거쳐 일본인에 맞선 조선 청년 박광수와 이종혁의 이야기다. 장기간에 걸친 역사 고증과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짚어 발로 뛰며 집필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과 스토리가 결합된 역사소설이자 팩션인 셈. 이 총재는 소설 집필의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일본의 본 모습을 널리 알려야 하는 데 뾰족한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소설이라는 매체였습니다. 소설을 이용하면 지혜의 폭도 넓고 심도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서울대 김경렬 교수에게서 책 한 권을 소개 받았습니다. 잭 피시먼 교수와 로버트 칼리시가 공동으로 쓴 ‘글로벌 얼러트’라는 소설이 그것입니다. 오존층 파괴에 관한 소설로 지구 오존환경에 경종을 울린 역작이었습니다. 그 소설을 읽고 충격을 받아 ‘울릉도 독도 문제도 이렇게 풀 수 있겠구나’ 하고 펜을 들었습니다.”

독도 전경.스포츠동아DB


이 총재는 30여년 독도지킴이로 한 길을 걸어온 독도의 산증인. 이 총재가 독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울릉도·독도 종합학술조사 해양탐사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 후 울릉도와 독도는 그의 삶이 됐다. 독도 방문만 100회를 넘었고 연초엔 대부분 독도에서 지낸다고 하니 영원한 독도사람이다. 그동안 독도 해양조사는 물론 ‘독도의 날(10월25일)’ 제정에도 그의 힘이 컸다. 독도전문가인 이 총재에게 독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독도를 지나치게 클로즈업 시켜서는 안 됩니다.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 섬입니다. 울릉도가 우리 땅이니 당연히 독도도 우리 영토입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클로즈업 시키면 영토분쟁지역으로 알려지기 십상입니다.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들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조용히, 그리고 치밀하게 독도를 알려야 합니다. 특히 역사적인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5년째 독도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조류, 식물, 대기 등 학술조사를 통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또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울릉도·독도 자연생태 학습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도싸움은 장기적인 외교전이자 사료를 통한 역사 전쟁입니다.”

2009년부터 그가 지휘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독도탐사’는 벌써 개발도상국 유학생 500여 명이 독도를 방문해 ‘독도의 실상’을 공부했다.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장차 그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국제무대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총재는 울릉도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도 소개했다.

“울릉도는 알고 보면 혁명의 섬이자 항일의 섬입니다. 1894년 일어난 동학혁명의 후예들이 바로 울릉도 사람들입니다. 호적조사를 해보니 당시 많은 경상도 동학 지도자(접주)들이 울릉도로 피신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 탄압에 맞서 항일운동을 일으켰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벌목장 민란도 사료에 기인한 것입니다.”

유명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이 총재는 “책은 내 돈으로 출판하고 책으로 얻은 모든 수익금은 독도를 위해 쓰인다”며 당부의 말을 이어갔다.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됩니다. 독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입으로만 하지 말고 역사 자연 등을 공부하게 되면 시나브로 독도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단 한번 독도를 방문해 보면 뭉클한 그 무엇을 느낄 수 있고 이내 독도 마니아가 됩니다. 독도 명예시민 1000만명 운동에 동참해 우리 민족의 힘을 보여 줍시다.”

아참, ‘섬 799 805’의 799 805의 숫자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독도 우편번호입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