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다나카, 양키스 에이스를 선택했다

입력 2014-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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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마사히로 2013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투구 장면. 사진|해당 경기 캡처

■ 7년 1662억 NY 입단계약 왜?

노쇠한 마운드 단숨에 에이스 부상 가능
대선배 구로다와 한솥밥 ML 적응 큰힘
4년뒤엔 옵트아웃 권리행사…FA 될수도


뉴욕 양키스가 ‘악의 제국’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6) 영입에 성공했다. 7년간 1억5500만달러(약 1662억원)의 초특급 딜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11시54분 FOX 스포츠의 특종 보도로 알려졌다.

타자와는 달리 투수들은 6년 이하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7년 계약은 특급투수의 상징이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비롯해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CC 사바시아(양키스)에 이어 다나카가 7년 계약에 합의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게다가 4년 뒤에는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해 FA(프리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조항까지 추가됐다. 양키스가 다나카를 잡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알 수 있다. 연봉 3000만달러 시대를 연 커쇼는 7년 계약 중 5년 뒤에야 옵트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다나카는 2017시즌 후 본인의 선택에 따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연봉 총액도 커쇼(2억1500만달러), 벌랜더(1억8000만달러·디트로이트), 펠릭스 에르난데스(1억7500만달러·시애틀), 사바시아(1억6100만달러·양키스)에 이어 투수로는 역대 5번째다. 양키스가 다나카의 원 소속팀 라쿠텐에 지급할 포스팅 비용(이적료) 2000만달러까지 추가하면 1억7500만달러(약 1876억원)에 이른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의 연봉은 1000만달러다. 지난 2년간 다르빗슈는 29승를 따냈고, 401이닝을 던져 무려 49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다저스)의 2013년 연봉은 약 333만달러로 팀 내 14위에 그쳤지만, 14승에 방어율 3.00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다나카가 받을 평균 연봉은 다르빗슈보다 약 2.5배, 류현진보다 약 7배 더 많다.

겉으로 드러난 엄청난 규모의 조건뿐 아니라 양키스의 팀 내 사정도 다나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공산이 크다. 1995년 이후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것은 2013시즌이 2번째였다. 올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약물복용에 따른 징계로 올해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최고의 2루수 로빈슨 카노는 시애틀 매리너스로 떠났다. 오프시즌 동안 브라이언 맥캔, 제이코비 엘스베리,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했지만 투수력 보강에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은퇴한 첫 해여서 불펜진이 어수선한 가운데, 구위가 현격히 떨어진 사바시아와 불혹을 바라보는 구로다 히로키가 지키는 선발진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3시즌 사바시아는 2009년 양키스로 둥지를 옮긴 이후 최소 승리(14)와 최악의 방어율(4.78)을 보였다. 좌완임에도 시속 150km대 후반을 찍던 불같은 강속구가 사라지자, 탈삼진도 크게 줄었다. 4년 연속 최소 197개 이상을 잡아내던 삼진이 지난 시즌에는 175개에 불과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데뷔 후 최악인 1.37이어서 더 이상 타자를 압도하지 못함을 드러냈다.

39세의 노장 구로다(11승13패)는 지난 시즌 방어율 3.31로 양키스 선발진 중 가장 좋았다. 그러나 32차례의 선발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19회에 그쳤다. 여전히 150km 넘는 위력적 구위를 지니고 있지만, 등판할 때마다 기복 심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방증이다.

양키스가 1억5500만달러의 거금을 안긴 이유는 그만큼 다나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큰 이변이 없는 한 사바시아가 1선발로 시즌을 시작하겠지만, 점차적으로 다나카가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감당할 공산이 크다. 또 대선배인 구로다와 함께 뛴다는 점도 다나카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과 승부 요령을 직접 전수받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다나카를 잡고 전력보강을 마침에 따라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한층 더 치열한 순위 다툼을 예고하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해 탬파베이 레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까지 모두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을 구축한 ‘죽음의 지구’에서 펼쳐질 다나카의 빅리그 정복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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