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프로농구, ‘12분 쿼터제’ 83% 반대

입력 2014-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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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부터 시행될 ‘12분 쿼터제’는 최근 남자프로농구의 주요 이슈다.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렇다할 후속 움직임도 없이 손을 놓고 있어 현장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스포츠동아, 10구단 감독·선수·사무국장 30명 설문

KBL, 2군리그 활성화·팬 서
비스 확대 취지 불구
“선수들 체력부담·부상·경기력 저하” 현장선 반대
이사회, 여론 수렴 없는 일방통행 행정 도마위에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가 5라운드로 접어들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 남자프로농구의 최대 이슈는 치열한 선두싸움을 펼치는 LG, SK, 모비스의 대권경쟁이다. 또 하나는 다음 시즌부터 시행될 ‘12분 쿼터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해 9월 16일 이사회에서 2014∼2015시즌부터 쿼터별 경기 시간을 미국프로농구(NBA)처럼 12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12분 쿼터제 시행을 위한 충분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KBL이 이렇다할 움직임 없이 손을 놓고 있어 프로농구 현장에선 12분 쿼터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12분 쿼터제 시행의 합리성 여부를 긴급 점검했다.


●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큰 현장

스포츠동아는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주장), 사무국장 등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다음 시즌부터 적용될 12분 쿼터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30명 중 반대하는 인원이 25명으로 83.3%에 달했다. 찬성은 5명(1명은 조건부 찬성 포함)에 그쳤다. 반대 목소리를 낸 대다수의 응답자는 한국프로농구의 현실에서 12분 쿼터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준비작업 없이 무작정 경기시간을 늘리면 경기의 질적 하락을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수가 많은 상태에서 시간마저 늘어나면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위험성이 커진다고 주장하는 이도 다수였다. 무리한 12분 쿼터제 시행이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프로농구를 한 단계 더 추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KBL이 현장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설문조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 ‘12분 쿼터제’ 왜 도입하려 하나?

KBL이 12분 쿼터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전체 경기시간을 늘려 팬들이 경기장에서 좀더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경기시간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필요해 구단들이 2군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로농구의 활성화와 인기 회복을 이끌어내겠다는 바람이다.

그러나 KBL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경기시간이 늘면 중계방송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프로농구 시청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 중계방송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또 12분 쿼터제를 위해 라운드 수를 축소해 전체 경기수를 줄이면, 체육진흥투표권사업으로 얻는 수익금이 줄어든다. 투표권사업자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경기의 질적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그럼에도 KBL은 제도 도입만 결정한 채 손을 놓고 있다. 2월부터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앞뒤가 뒤바뀐 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니냐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6월 총재 선출을 의식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KBL의 일방통행이 순위싸움에 쏠려야 하는 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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