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안·물가부터 잡아라” 애증의 월드컵

입력 2014-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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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현지르포 소문과 진실

낮에는 유럽리그·저녁엔 자국리그 TV 생중계
축구 인기 최고지만 대회 인프라 구축엔 느긋

빅맥 세트 9000원…숙박 등 바가지 상혼 판쳐
교통 체증도 심해 택시 탔다간 요금 폭탄 일쑤

대회 개최 5개월 앞두고 틈만 나면 반대 시위
월드컵 기간 대형 범죄조직 활개·테러 위협도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6월13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포츠동아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와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에서의 일주일(13∼21일) 여정을 함께 하고, 월드컵 기간 한국이 조별리그를 치를 두 개의 개최 도시(쿠이아바, 상파울루)를 직접 찾아가봤다.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였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밝힌 “미흡한 대회 준비 상황”은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심각해 보였다. 축구를 열렬히 사랑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인프라 구축은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듯 했다. 월드컵 개막이 임박했는데도 브라질과 남미 특유의 느긋한 천성 탓인지 특히 경기장과 훈련장 건설에서 미흡하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한국이 베이스캠프 훈련장으로 사용할 이구아수의 페드로 바소 아레나는 바닥 공사 단계였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씻을 수 있는 라커룸 시설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그 외에도 브라질월드컵을 둘러싸고 숱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치안부터 물가 등 공교롭게도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언급된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전 세계의 많은 우려가 있었다.


● 축구 천국?

‘브라질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24시간 내내 현지 TV채널에서는 스포츠, 특히 축구 중계가 끊이질 않았다. 지역 방송사들도 축구 중계를 했다.

흥미로운 건 유럽과의 시차였다. 절묘했다. 브라질 프로축구리그는 대개 늦은 밤 킥오프 되는데, 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브라질 축구 열기를 달래주는 게 유럽 축구였다.

국내와 아시아권에도 인기몰이를 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는 물론, 프랑스-이탈리아-잉글랜드 등 유럽 프로축구가 끊임없이 생중계됐고, 주요 빅(Big) 매치들은 재방송도 이뤄졌다.

유럽 축구 중계시간은 브라질의 낮이다. 그래서 대낮부터 술집과 식당 등지에 사람들이 모여 축구 중계를 보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내 중심가의 쇼핑몰에도 브라질 클럽부터 유럽 유수의 명문 팀까지 유니폼 및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노점상에서는 브랜드 마킹이 없는 일명 ‘짝퉁’ 유니폼을 싼값에 유통됐다. 건물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노숙자들조차 상파울루FC 레플리카를 걸친 것도 봤다.

그런데 ‘월드컵 천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브라질이 축구 강국이긴 해도 월드컵유치에는 아직 무리였다는 평가도 많았다. 물론 성공적인 대회 개최 의지는 큰데, 이는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향한 열망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전히 틈만 나면 대회 개최 반대 시위가 일어난다고 한다. 외치에 신경 쓰느라 정작 내부 안정에 소홀한 브라질 정부와 FIFA가 주요 타깃이다. 그래서인지 무시무시한 각종 욕설과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도 개최지 스타디움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각에선 월드컵 기간에 맞춰 대형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미국과 잉글랜드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축구를 격정적으로 사랑하긴 해도 브라질 사람 모두가 월드컵 개최를 열망하고 있는 건 아닌 듯 했다.


● 치안

브라질에 살고 있거나 다녀온 사람들은 항상 “조심하고 긴장하라”고 했다. 특히 포르투갈 언어(브라질은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스페인어권인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달리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에 낯선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위험한 곳이 많다고 했다. 브라질 출장 경험이 있는 축구인들은 “대로에서 벗어난 좁은 골목을 거닐거나 여성 홀로 외딴 지역을 이동하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도 “얼핏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심각해 보이지는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위험 요소가 있다. 섣부른 개인행동은 금물”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구아수 지역에 거주하며 여행업에 종사 중인 한 교민은 “상파울루에서 3년 정도 거주했는데, 1년에 한 번꼴로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 멀쩡히 차를 몰고 가다가 신호대기로 멈춰 섰더니 돌연 목에 깨진 유리조각을 들이대며 돈을 달라는 어린이 도둑들에게 둘러싸인 적도 있다. 권총을 꺼내들며 위협하는 사람도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브라질 사람이 대개 순박해서 약간의 돈만 쥐어주면 별일 없다. 심지어 신용카드와 신분증이 든 지갑이나 교통비를 되돌려주는 도둑도 있다고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대도시와 소도시 가운데 어디가 더 위험한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때 한국은 중소도시인 쿠이아바에서 러시아와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남은 2경기는 대도시인 포르투 알레그리(알제리전)-상파울루(벨기에전)에서 소화한다. 이에 대해 일부는 “대도시의 치안이 더욱 불안정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위험 요소가 많다”고 했다.

어찌됐든 분명한 사실은 낮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홀로 움직이면 어디서든 위험하다는 점이다. 다만 아시아인을 이유 없이 무시하는 등의 인종차별은 적다는 게 공통된 전언이다.


● 불안정한 물가

브라질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지출된다. 월드컵 기간 중 축구 관람을 겸한 브라질 투어를 계획한 이들이라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브라질 물가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편이다. 현지 기본 물가가 반영된다는 맥도널드 빅맥 세트가 대략 20헤알 정도. 우리 돈으로 9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렇듯 적당한 요깃거리를 찾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숙박과 대중교통이다. 월드컵 개최도시의 어지간한 숙박시설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해외 유수의 호텔 예약 사이트는 6월 무렵 예약을 받지 않거나 접속이 되더라도 방을 구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선 호텔은커녕, 낮은 등급의 유스호스텔 등의 숙박 요금도 폭등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한 교민은 “작년 말까지 브라질 대도시의 고급 호텔들은 20만 원 정도에 머물 수 있었지만 올 초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대회 기간 방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뿐 아니라 어렵게 구해도 2∼3배 이상은 더 줘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교통편도 문제다. 현지인들이 즐겨 타는 버스는 불안하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안전한 교통편은 택시인데, 이 역시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이구아수의 택시 기본요금이 미터기 기준으로 4.06헤알(약 1800원)인데, 조금만 이동해도 천정부지로 요금이 뛰어올랐다. 15분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향하면 20헤알이 조금 안 나오고, 호텔에서 제공되는 투어 택시를 타면 30헤알(약 1만3000원)이 들었다. 상파울루의 경우 국제선 취항 중심부인 과룰류스 공항에서 시내까지 110헤알(약 4만9000원) 가량 소요됐는데 극심한 교통체증도 감수해야 했다.

도시별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니다. 월드컵조직위원회와 FIFA 차원에서 출전국 선수단에는 전용기가 제공되지만 일반 팬들과 취재진은 상파울루 등 대도시를 경유해 움직여야 한다. 물론 별 이유 없이 연착되기 일쑤다. 새벽녘 항공편은 비교적 정상 출항을 한다. 심야버스이용도 가능한데 이구아수에서 쿠이아바까지 24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만만치 않은 피곤을 감수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기간 주요 베이스캠프들과 개최 도시를 이어주는 노선을 포함한 2000여 편을 증편한다고 발표했는데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이구아수·쿠이아바·상파울루(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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