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키드’ 정선아·박혜나, 초록빛 마법으로 관객 홀린 두 마녀의 매력

입력 2014-02-20 15: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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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의 주연 박혜나(왼쪽)와 정선아는 “사람들이 엘파바 빗자루와 글린다 드레스를 탐내지만 현실은 너무 무거워 오십견에 걸 정도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위키드’의 주연 박혜나(왼쪽)와 정선아는 “사람들이 엘파바 빗자루와 글린다 드레스를 탐내지만 현실은 너무 무거워 오십견에 걸 정도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브라운관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 초능력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스크린에서는 ‘겨울왕국’의 엘사가 얼음마법으로 흥행스코어를 바꿔 놓고 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위키드’의 마녀들이 초록빛 마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의 마법이 한국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13일 한국 공연 100회를 맞은 ‘위키드’는 1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0만 관객이 감동한 ‘위키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큰 틀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름다운 노래다.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여배우들은 각각의 개성으로 표현한다. 재미와 감동이 잘 전해지는 것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있기에 가능하다. 또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 노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를 맴돈다. 가슴을 적시는 멜로디에서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다.

정선아(글린다 역)와 박혜나(엘파바 역)는 초록빛 마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그들 역시 “우리도 ‘위키드’ 마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공연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위키드’를 더 알리고픈 마음에 두 사람의 눈은 빛났다.

다음은 정선아·박혜나 일문일답.

- 한창 공연을 진행 중이다. 공연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떨림과 설렘이 무뎌지지 않았나.

정선아 : 공연할 때는 늘 떨림이 있다. 적응할 때도 됐는데 아직 무대에 오르기 전 가슴이 두근거린다. 특히 비눗방울 기계를 타고 하늘을 날며 등장하는데 기계에 발을 디딛는 순간 별 생각을 다한다. 혹시나 발생할 기계 오작동이나 사고 등…. 연기나 노래 외에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 뮤지컬이다.(웃음)

박혜나 : 1막 마지막에 ‘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라는 곡을 부를 때 긴장한다.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빗자루나 내가 올라가지 않거나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한다. 수시로 기계를 점검해 안전하지만 늘 조심해야 한다. 강심장이 필요하다.



- ‘위키드’ 한국 공연은 캐스팅부터 화제가 됐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캐스팅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는 말도 있다.

박혜나 : 캐스팅 발표가 나고 곧바로 고된 연습에 들어갔다.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웃음) 사실 꿈이 현실이 되니 믿기지 않더라. 제작발표회 때도 어안이 벙벙했다. 여배우라면 하고 싶은 엘파바가 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데 더 행복했던 점은 주변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준 것이다. 친구들도 울고 난리가 났다.

정선아 : 부담이 되더라. 한 설문조사에서 ‘글린다’에 적합한 배우 1위에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캐스팅 내정설 등 소문이 무성했는데 정작 안 되면…. 하하. 또 한창 ‘아이다’를 하고 있어서 연습이 부족했다. 하지만 오디션 때 컨디션이 좋아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 발표 후 한동안 입이 좀 근질거렸다. 언니도 그러지 않았을까.

박혜나 : 맞다. 캐스팅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제작사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극비였다. 극비. 심지어 오디션을 함께 본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게 가장 미안했다. 탈락한 친구들이 계속 연락이 왔느냐고 물어보더라.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을 알기에 알리지 못했던 배우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 극 속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배우들도 무대에서 적잖이 에너지를 주고받을 것 같은데.

정선아 : 상대적으로 옥주현 언니와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혜나 언니와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연습 때 혜나 언니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무대에서의 혜나 언니를 보면 진짜 ‘엘파바’를 만난 것 같다. 덕분에 나도 ‘글린다’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언니가 대사를 뱉을 때마다 받아치는 게 재밌었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박혜나 : 나는 좀 다르다. 하하. 무대에서 ‘글린다’를 맡은 배우 정선아를 만나게 돼 기쁘다. 선아는 감정의 폭이 넓어 무대를 감성적으로 풍성히 채우는 힘이 있다. 그건 선아만의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정선아 : 배우마다 개성이 달라 같은 캐릭터라도 늘 색다른 무대가 된다. 더블캐스팅의 매력인 것 같다. 다른 조합으로 관람하면 느낌이 다를 거다. 그 말은, 많이 보러 오시라는 의미다. 하하!


- 연습이 정말 힘들었다고 들었다. 함께 엘파바를 했던 옥주현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 가장 힘든 연습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혜나 : 7주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했다. 7주가 길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겐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10년간 이 뮤지컬을 진행한 제작진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한마디로 ‘용량초과’였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소화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정선아 : 숙제가 어찌나 많은지…. 하루에 숙제를 100개 내준다. 그리고 다음날에 또 다른 100개를 준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 수업을 받으러 황금 같은 주말에 연습실을 와야한다. 덕분에 다들 캐릭터에 젖어들었고 무대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박혜나 : 무대에 서 있는 배우들을 보면 백조처럼 멋있다. 그런데 정작 배우들의 마음은 물 위에 있는 백조의 발처럼 파닥파닥 거리고 있을 거다. 하하.

- 엘파바와 글린다는 (불가능하지만) 남배우도 탐을 낸다고 하더라. 배우들이 느끼는 ‘위키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박혜나 : 드라마가 탄탄하고 젊음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작가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극이 넘치거나 부족한 면 없이 전개가 되는 것도 좋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브로드웨이에서 ‘8세에서 80세까지 만족시킨다(8 to 80)는 평가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선아 :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 뮤지컬이다. 보통 뮤지컬은 ‘음악’ 중심인데 ‘위키드’는 대사가 많아서 연극을 하는 기분이다. 그런 점이 다른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 역할과 본인이 닮은 점은 없는지, 아니면 공연을 하며 닮아가지는 않나.

정선아 : 글린다가 감정기복이 심하다. 많은 사람들이 ‘딱 너야’라고 한다. 좀 밝은 편이지만 기복이 심하다.(웃음) 많은 분들이 글린다에 쉽게 적응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수많은 생각과 공부, 그리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글린다를 만들 수 있다.

박혜나 : 초반 엘파바는 초록색인 피부색에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다. 나 역시 통통한 몸매에 콤플렉스가 있다. 늘 체중에 신경을 써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외에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엘파바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싸우러 나가는 용기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엘파바의 모습을 닮고 싶다. 관객들도 그런 엘파바의 모습을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정선아 : 극 중 밉상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글린다는 예쁜 척을 하고, 엘파바도 잘난 척을 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부족한 면을 이해하고 채워준다. 그러면서 성숙해진다. 우리도 주변인들에게 상처도 받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서 용납하고 포용하지 않나. 그런 곳에서 관객들은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 극 중에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박혜나는 ‘중력을 거슬러’를 부를 때가 아닐까.

박혜나 :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예상 외로 사랑하는 피에로가 군인들에게 잡혀가고 나서 엘파바가 ‘피에로~!를 부를 때 가장 힘들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친다. 가끔은 적당히 해야지 하면서도 1막부터 쌓여온 감정들 때문에 도저히 적당히 할 수가 없다.

정선아 : 사실 다 힘든 것 같다. 1막이 끝나면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싸온 삼겹살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다. 그래야 2막을 할 수 있는 힘이 난다. 엘파바와 같이 ‘피에로~’를 겹쳐서 부를 때는 정말 토할 것 같다. 하하.

- ‘위키드’는 넘버도 사랑 받고 있다. ‘중력을 거슬러’는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노래인데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나.

정선아 : 아마도 많은 분들이 ‘중력을 거슬러’를 좋아하실 것 같다. ‘위키드’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노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막 끝에 엘파바와 글린다가 같이 부르는 ‘널 만났기에’ (For Good)를 좋아한다. 성숙해진 서로를 보며 노래를 부를 때 배우도, 관객들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 같다.

박혜나 : ‘널 만났기에’는 정말 가사만으로도 뭉클해진다. ‘위키드’는 마음이 아픈 노래가 참 많다. ‘댄싱 스루 라이프’ (Dancing Through Life)에서 춤 출 때 울컥한다. 친구들에게 상처 받지 않은 척 혼자서 춤을 출 때와 그 모습을 보고 글린다가 따라 해주며 친구가 될 때 마음이 짠해진다.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중력을 거슬러’다. 엘파바가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정하고 떠나려는 일종의 ‘다짐 노래’다.

-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할 것이다. 배우는 ‘위키드’를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고 싶나.

박혜나 : 배우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같을 것 같다. ‘위키드’를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우로서 힘든 일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긴 것이다. 또 행운처럼 찾아온 이 기회로 더 겸손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실어주는 배우가 되겠다.

정선아 :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거듭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제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작품을 해왔다면 이번에 제대로 고생하며 배우게 됐고, 배우로서 책임감을 더 키우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성숙해지길 바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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