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여기는 소치]‘부상투혼 金’ 박승희 “하늘에서 주신 선물”

입력 2014-02-22 06: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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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맨 앞)가 2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박승희(21·화성시청)는 자신을 “운이 좋은 아이”라고 표현했다. 남들은 하나도 따기 힘들다는 올림픽 메달을 무려 5개(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1000m·1500m 동메달, 2014소치동계올림픽 1000m·3000m 계주 금메달, 500m 동메달)나 목에 걸었다.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자신의 5번째 올림픽 메달을 ‘금’으로 장식한 그녀는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1500m는 부상 때문에 탈 수 없었는데 1000m에서 받아 정말 기쁘다”며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 난 운이 좋은 아이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박승희는 처음 출전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지만 3000m 계주에서 1등을 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처리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아픔의 눈물을 헛되지 않았다. 그녀는 4년간 절치부심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스스로를 독하게 단련시켰다.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여자 500m에서는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필사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진정한 올림픽정신을 보여줬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상태에서 얻어낸 성과라 더욱 값졌다. 그녀는 “프랑스 전지훈련에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는데 500m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리듬이 깨졌다. 팀원들 때문에 티는 못 냈는데 사실 힘들었다”며 “무릎도 계속 아픈 건 아닌데 스케이팅을 하다보면 오른발에 부하가 걸려 힘이 빠질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이 정도 아픈 것은 모든 선수들이 참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금메달리스트다운 의젓함을 보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음씨도 최고였다. 박승희는 언니답게 동메달을 딴 심석희(17·세화여고), 준결승에서 탈락한 김아랑(19·전주제일고)을 챙기며 “(심)석희가 내 뒤에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김)아랑이도 올라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잘 해줬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는 부모님을 꼽았다. 박승희는 “엄마가 여기 오기 전에 ‘3명이서 가는 것도 감사하고 복이 많은 것이다.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가지고 돌아가게 돼 좋다. 부모님께 정말 좋은 것을 물려받았고 감사드린다. 빨리 부모님을 만나서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소치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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