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레오 능가하는 ‘쿠바 에이스’ 영입전 뛰어든 구단은?

입력 2014-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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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외국인선수 레오는 입단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한국형 배구에 적응하며 기량이 껑충 뛴 대표적인 케이스다. 레오가 공격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러시아리그 팀 권리 보유…V리그 출전 가능
나이 어리고 키 213cm…역대 최고몸값 전망

프로야구 일정 변화에 다음 시즌 2주 먼저 시작
봄배구 탈락 한전·흥국생명, 리빌딩 인내 필요


프로배구 V리그도 이제 막바지다. 봄 배구에 나갈 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즌을 일찍 접어야 하는 팀도 나왔다. 운명의 갈림길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때다.


● 현역 쿠바 국가대표 레프트에 입질하는 구단은?

최근 남자부 A팀이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를 데려오기 위해 접촉한다는 소문이 났다. 쿠바에서 망명하면 2시즌을 기다려야 다른 나라 리그에 출전할 자격이 생기는데, 러시아리그의 팀이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몸값은 역대최고를 돌파할 전망이다. 키 213cm에 나이도 어리고 기량도 출중하다. 이런 선수를 데려오려고 시도할 정도면 앞으로 V리그에서 용병을 놓고 벌이는 돈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들에게 V리그는 봉이 된지 오래다. 이적 전문가에 따르면 세계 최고 선수라고 해봐야 적정 몸값은 60만 달러가 상한이라고 했다. V리그 팀들이 서로 경쟁하고 오지 않으려는 선수들을 억지로 데려 오려다보니 바가지를 쓴다고 했다. 일본 남자배구도 한때 외국의 유명선수 영입 때 과다경쟁을 했다.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지금은 B급 C급 선수로 눈을 돌렸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이 떨어졌다. V리그도 일본의 행보를 차츰 닮아간다. 연봉상한선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오래다. 우리 시장의 규모에 맞지도 않는 선수를 데려와 오직 우승만을 노리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V리그에서 우승한 외국인 남자선수는 무명 출신으로 한국에 와서 기량이 늘고 한국형 배구에 적응한 경우였다. 숀 루니, 안젤코, 가빈, 레오 등이 그랬다. 세계 최고 수식어가 붙은 선수치고 V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우리 구단들은 이런 평범한 사실을 잊고 헛돈을 쓴다.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펑펑 쓸까.


● 새로운 일정 새로운 시도

최근 남녀 13개 구단 사무국장 모임에서 다음 시즌 일정을 논의했다. V리그는 다음 시즌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시즌은 이전보다 2주 정도 앞당겨서 시작된다. 프로야구의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V리그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남자는 한 라운드가 늘어난다. 남녀 모두 6라운드다. 남자는 팀당 36경기, 여자는 30경기가 벌어진다. 여자는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드래프트로 선발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전미대학경기협회(NCAA)와 접촉해 대학 3∼4년생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선수에 들어가는 고비용에 못 견디는 구단들이 새로운 방식의 선발을 원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NCAA와 접촉해 가능성을 알아볼 예정이다.

몇 년째 요지부동인 샐러리캡 상한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다.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선수들의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상한선은 특정 구단의 우승을 막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들어 있다. 프로스포츠는 학교의 교육과는 다르다. 잘하는 학생을 뒤에서 끌어당겨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영재에게는 더 잘할 기회를 줘야한다. 선수정원을 늘려 1,2군을 만들고 육성선수를 키워내는 방법도 그 일환이다. 하지 못하는 구단, 의지가 없는 구단은 빼고 할 수 있는 구단에 메리트를 줘야 배구가 발전한다.

여자부의 경기개시 시간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자부 경기만 따로 열릴 경우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방안이 나왔다. 여자배구가 자생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참에 여자부만 1∼2주 앞서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이번 시즌 여자부 개막전은 화성에서 따로 열렸지만 시즌 꼴찌 팀이 대전에서 개막전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런 사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팀에 오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배구계 전체를 생각하는 자세다. 그럴 능력이 안 된다면 독립된 기구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판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만들면 된다.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후닥닥 처리하면 꼭 뒤탈이 난다.


● 리빌딩은 힘들고 인내가 필요한 작업

이번 시즌 한국전력과 흥국생명이 봄 배구에서 탈락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것이 스포츠 세계다. 이번 시즌 패배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탈락 팀들이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리더의 인내와 스포츠에 대한 이해다. 약팀을 강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팀이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재건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종목마다 시간차는 있지만 배구도 리빌딩을 위해서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해서는 안 될 것이 성적에 책임을 지워 감독이나 프런트를 시도 때도 없이 교체하는 것이다. 새 판을 짜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아니다. 컴퓨터는 리셋을 통한 재부팅을 하면 되지만 스포츠는 아니다. 성공이건 실패건 기존의 노하우는 중요하다. 그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지면 팀은 다시 새로운 실패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도자의 무지는 팀을 수렁에 빠지게 한다. 팀을 결정적으로 망치는 건 선수도 감독도 프런트도 아니다. 스포츠를 모르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기업의 이론과 비교하는 사장, 단장이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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